'신의 한 수'? 현대차그룹, 사업 지배회사 체제 선택한 진짜 이유는

2018-03-29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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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전환 시장 예상 깨고 현대모비스가 '최상위 지배회사'로

완성차 본연의 경쟁력 + 그룹사 공동 투자 인수 + 대주주 사회적 책임 의지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계획을 공식화 한 가운데 그동안 유력하게 거론되던 지주회사 전환이 아닌 사업 지배회사 체제를 택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 많은 시나리오를 그려왔다. 하나의 방안으로 거론되던 안은 기아자동차가 보유 중인 현대모비스 지분 16.9%를 대주주가 매입해 순환출자고리를 끊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데다가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
 
최근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떠오른 안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3사를 투자 및 사업 부문으로 인적분할 한 후 투자 부문을 합병해 지주회사로 만드는 것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대기업들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압박하는 상황이었기에 시장에서는 당연히 지주사 시나리오를 선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예상을 깨고 모듈과 AS부품 사업부문을 떼어낸 현대모비스를 그룹의 최상위 지배회사로 두는 출자구조 재편안을 선택했다.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지주회사 전환을 접은 이유에 대해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간 분할합병을 중심으로 하는 사업 지배회사 체제로 전환한 이유로 크게 세가지를 꼽고 있다.
 
◇현대·기아차 중심 완성차 본연의 경쟁력 유지
 
이번 지배구조 개편 완료 이후에도 현대차그룹의 핵심 사업인 완성차 비즈니스를 주도하는 계열사는 현대차와 기아차다.
 
현대·기아차를 각각 투자 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 하는 방안은 두 회사의 미래 사업 확장성을 크게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투자 부문을 따로 분리해 반쪽짜리로 운영하는 곳은 없다. 대부분 완성차 업체들은 직접 유망 업체 인수에 뛰어들어 혁신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자금 유동성과 높은 글로벌 브랜드 가치를 확보하고 있는 현대·기아차가 스스로 미래 사업 확장 가능성을 차단할 이유가 없다. 이에 현대·기아차는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언제든 주도적으로 사업을 확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지속되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판단이다.
 
◇ 지주사 체제 전환, 대규모 M&A에 걸림돌
 
두번째 이유는 지주사 체제 전환이 미래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할 수 있는 대규모 인수합병(M&A)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게 되면 지주회사 체제 내의 자회사 등이 공동 투자해 타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특히 인수하려는 기업 규모가 크면 클수록 어느 한 계열사가 인수 부담을 모두 지기 어렵다. 실제 현대차그룹이 지난 2011년 현대건설을 인수할 당시 현대차 21.0%, 기아차 5.2%, 현대모비스 8.7% 등 3개 계열 회사가 공동으로 지분을 인수한 바 있다.
 
최근 자동차 산업이 급격한 패러다임 변화에 직면한 만큼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유망사업 M&A는 필수적이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으로 존속 현대모비스는 그룹 내 미래기술 리더로 자리잡게 되고, 이에 따라 미래기술 확보를 위해 과감한 투자와 인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대글로비스 역시 안정적인 수익사업 확보를 통해 투자 재원 확충이 가능해지고,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 등 신규 사업에 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 '사회적 책임 강조' 현대차그룹 대주주의 의지
 
세 번째 이유는 사회적 공감대를 갖기 위한 차원이다. 이는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현대차그룹 대주주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지주사 전환 시 불거지게 되는 대표적 논란은 대주주의 현물출자와 자사주 활용, 과도한 브랜드 사용료 수취 등이다.
 
현대차그룹은 편법이 아닌 대주주가 지분거래에 따른 거액의 세금을 모두 납부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방향으로 지배구조 개편안을 수립했다. 현대차그룹은 대주주 및 계열사 간 주식거래가 완료될 시점까지 정몽구 회장과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이 내야 할 양도소득세만 최소 1조원 이상의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행보는 불필요한 소모성 논란을 최소화하고 현대차그룹의 재편 취지에 대한 진정성을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업계 일각에서는 분할, 존속회사 현대모비스의 몸집을 키워 수년 내 지주회사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현재 현대차그룹의 출자구조상 당장 이를 현실화하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총자산이 5000억원을 초과하고, 자회사 총주식가액 합이 자산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0% 이상이어야 한다.
 
현대모비스는 현재 현대자동차 주식 20.8% 등을 보유하고 있다. 존속 현대모비스의 총자산(18조8000억원) 중 공정거래법상 자회사 요건을 충족시키는 현대차 등 총 지분가액은 약 4조1000억원으로 그 비율이 22%에 그쳐 50%에 달하기는 부족하다.
 
따라서 현대차그룹은 ‘사업 지배회사→완성차→계열사’로 이어지는 수직적 사업구조를 통해 그룹의 핵심인 자동차 사업을 중심으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사업구조를 보완, 발전시켜 나갈 전망이다. 또 계열사 간 자율, 책임경영 체제를 확보하는 등 미래 지속 성장이라는 큰 그림을 완성하는 전략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이번 재편안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신의 한 수'"라며 "대주주가 지분거래를 통해 거액의 세금을 모두 지불하며 편법을 배제한 방식은 주주들에게 앞으로 주주 친화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시그널로 인식돼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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