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전격적인 정상회담이 한 두 달 앞으로 다가온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북중관계가 복원됨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북중러 대 한미일 간 역학구도가 요동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29일 오전 방한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회담과 만찬을 한다. 양 정치국 위원은 다음날인 30일 문 대통령을 예방할 것으로 보인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8일 브리핑에서 "양 정치국 위원이 방한 중에 북중 정상회담의 결과를 자세히 설명할 것"이라며 "한반도 비핵화 등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해서도 한중 간 협의가 있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 실장은 지난 12일 시진핑 주석과 회담하기에 앞서 양 정치국 위원과 4시간30분에 걸쳐 회담과 오찬을 하며 남북·북미정상회담을 비롯한 한반도 정세 변화에 대해 깊이 있게 의견을 교환한 바 있다.
다만, 이번 북중정상회담이 철저하게 비밀리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한반도 문제를 놓고 한중간 소통과 협력이 긴밀하게 이뤄지고 있는지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중국 정부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방중 사실을 사전에 통보해줬다고 밝히면서도 ‘시점’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다.
중국 정부의 방중 사실 통보 시점에 대해 "정확히 언제 통보받았는지는 모르겠다"면서 중국 정부가 이날 오전 김정은 위원장 방중사실 발표도 사전에 알려왔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이달 중순께 '22일' 방한계획을 발표했다가 '29일'로 일정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북중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우리 측에 귀띔해준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기도 하다. 또는 정 실장이 방중시 양 정치국으로부터 얘기를 들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북중정상회담과 관련 “‘한반도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발언이 있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런 북중 정상간 대화 내용이 곧 있을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한다”고 환영 입장을 내놨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의 공식 입장은 양 위원 방한과 그에 따른 협의 내용을 보고 다시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이미 비핵화 의지를 천명했고 시진핑 주석 역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로드맵을 주창해왔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다만,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 개최까지 주도권을 쥐고 이끌어왔던 문 대통령의 ‘한반도운전자론’이 중국의 등장으로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은 있다는 시각이다. 미중 패권 경쟁이 또다시 한반도 비핵화라는 난제 앞에 더욱 복잡해지고 격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한반도 주변 4강과의 외교채널이 상시적으로 이뤄진다고 봐야 하느냐'는 질문에 "지금 상황은 우리가 지금까지 예상했던 것을 뛰어넘는 범위에서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 진행되는 부분에서도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