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평창올림픽 물품 '반값' 판매, 군복 등 군용품 관리도"...박춘섭 조달청장, 공공조달 혁신을 꾀하다

2018-03-18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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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부터 평창올림픽 물품 ‘나라장터'로 공공기관 예약 판매

군 상용물품, 국방부에서 조달청으로 이관

박춘섭 조달청장[사진=조달청]

박춘섭 조달청장 [사진=조달청 제공]



18일 패럴림픽 폐막을 끝으로, 평창동계올림픽이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대회는 끝났지만 국가 전자조달 시스템 '나라장터'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TV·탁자·의자 등이 매매되고 있는데, 바로 평창올림픽 때 사용됐던 물품들이다.

종전에는 국제대회가 끝난 후 사용처를 찾지 못해 폐기됐던 물품들이 지금 나라장터서 반값으로 판매되고 있다.

“나라 물품을 그냥 버리면 아깝잖아요. 1년에 여러 차례 국제행사가 열리는데, 그때마다 물품을 어떻게 재활용할 수 있을지가 고민이었어요. 나라장터가 그 고민을 한 방에 날려버렸죠.” 박춘섭 조달청장이 웃으며 말했다.

박 청장은 올해 국내서 열리는 국제행사 때 검색대 등 공동물품을 대여해 주는 사업을 시범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검색대는 국내 입국자의 물품을 검사해야 한다는 점에서 필수품이다. 주관사들은 매번 행사때마다 검색대를 임차(렌트)해야 하는 수고를 감내해야 했다.

조달청이 검색대를 대량 구매해 보관하다가, 행사때 빌려주자는 묘수를 냈다. 덕분에 주관사들은 수고뿐 아니라, 예산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을 거쳤던 조 청장이 ‘신의 한 수’를 둔 셈이다.

◆조달청장과 예산실장 사이

“국가 재정집행을 효율화하고, 그런 과정에서 국가 정책을 지원하라는 주문으로 알고 있다.”

기재부 예산실장 경험이 조달청장에 어떤 도움이 됐느냐는 질문에 박 청장이 답했다.

예산실장이 예산의 편성, 집행 등 국가 재정 전체를 책임지는 자리라면 조달청장은 조달 부문에 특화돼 편성보다 집행을 주 업무로 한다.

공동물품 등 조달 부문의 예산을 어떻게 집행하느냐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23일부터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을 통해 평창올림픽대회 물자를 조직위원회가 구매한 가격의 절반으로, 공공기관에 예약 판매 중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노트북·텔레비전·소화용기구 등 총 89개 품목(구입가격 기준 700억원 상당)으로, 현재까지 56개 품목(8억9100만원)이 예약판매됐다. 물품 배송은 오는 4월부터 시작된다.

이를 통해 공공기관은 새것과 다름없는 중고제품을 시중의 반값으로 구매하게 돼 상당한 예산 절감이 가능해졌다.

또 조직위는 민간에 일괄 매각했을 때보다 제값을 받게 돼 사업비를 보전할 수 있게 됐다. 당시 조직위는 일괄 매각시 최초 구입단가의 30%선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박 청장은 “이번 평창올림픽 행사물자 공공판매는 처음 시도되는 것”이라며 “향후 국제대회의 행사물자 처리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와 판매 플랫폼을 완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물품 관리 체계 ‘확’ 바꾼다

조달청의 주된 임무는 ​정부에 필요한 물품·용역·공사 등을 효율적으로 조달, 재정 집행의 성과를 높이는 것이다.

박 청장의 올해 사업계획 중 눈에 띄는 부분이 물품 관리체계의 전면 개편이다. 그는 조달 물품을 가격이 아닌 관리에 중점을 두는 방식으로 관리 체계를 바꾸겠다고 했다.

이전에는 50만원이 넘는 가격의 물품만 조달청이 관리해 왔다. 그러다보니 노트북 등 50만원 이하 물품은 조달청의 손밖에 있어 제대로 된 관리가 어려웠다.

올해부터 조달청은 물품가격 기준이 아니라 중요도에 따라 관리할 방침이다. 필요하다면 컴퓨터 등도 조달청이 관리하고, 산불 진화에 쓰이는 드론 등 수백만원대 이상의 물품은 해당 관청인 산림청에 맡기는 방식이다.

군 상용물품 관리도 정부 관계부처 합의로 국방부에서 조달청으로 이관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의류·군복·군용식판 등 1조5000억원 상당의 군 상용물자를 조달청으로 이관하는 것이다.

군 상용물품 관리를 체계화하는 동시에 재정개혁 차원에서 군수분야 방산비리 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조달업무를 서비스 분야로 확대, 학교 수학여행 상품도 나라장터를 활용할 계획이다. 조달청이 여행사와 계약을 맺어 상품을 나라장터에 올리면 학교가 계약하는 방식이다.

◆4차 산업혁명 등 공공조달 혁신 통해 일자리 창출

박 청장이 재임기간 역점을 둘 사업은 일자리 창출이다. 박 청장은 지난해 7월 조달청에 부임하기 전까지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작업에 매진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박 청장은 올해 연간 60조원 규모의 공공조달 재원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6600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조달시장에 국내 벤처·중소기업이 진출하도록 지원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박 청장은 청년 실업을 해소하는 방안 중 하나로 글로벌 벤처·중소기업 육성을 꼽았다.

기술력은 좋지만 네트워크와 정보가 부족한 국내 중소기업을 해외조달 시장에 다리를 놓아 납품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3월 조달청이 설립한 ‘해외정부조달 입찰 지원센터’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조달청이 미국 등 25개 국가와 정부조달분야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려는 것도 국제 네트워크를 확대, 이들 기업과의 중개를 꾀하겠다는 의도의 일환이다.

국내 공공조달 제도도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개편한다.

조달청은 지난해 9월부터 정부 입찰이나 우수조달물품 심사시 고용창출 우수기업에 ‘신인도 가점’을 기존 최대 5점에서 7점까지 더 주기로 했다. 반대로 임금 체납 기업, 최저임금 위반 기업에 대해서는 2점을 감점한다.

박 청장은 “공공조달 과정을 일자리 중심으로 운영하면 고용뿐 아니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사례도 늘어날 것”이라며 “일정 기간마다 고용 창출 효과를 분석해 제도를 보완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AI), 드론 등 4차 산업혁명과 신산업 성장에 기여하는 공공조달의 혁신도 꾀한다. 그 일환으로 우체국에서 활용할 1인용 전기자동차 1만대 구매 사업을 추진 중이다.

박 청장은 “구매는 우정사업본부, 전기차 기술·질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량은 산업통상자원부와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쟁적 대화 방식의 낙찰자 선정’ 제도도 확대, 적용한다.

드론·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제품 구매시 조달청이 입찰자와 기술개발 단계부터 협력해 제품혁신을 돕고, 최종 완성품을 구입하겠다는 것이다.

◆충북 단양 출신인 박춘섭 조달청장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을 지낸 정통 예산 관료다. 행정고시 31회로 공직에 들어와 기획재정부 예산총괄과장, 경제예산심의관, 예산총괄심의관 등 예산 분야를 거쳐 지난해 7월부터 조달청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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