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21시간에 걸쳐 진행된 검찰 조사에서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혐의 가운데 1억원 정도만 인정하고,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현재 이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혐의는 국정원 특활비 등 뇌물수수를 비롯해 삼성의 미국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 다스 경영비리 등 20여개에 달한다. 검찰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늦어도 다음주 초반까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일부 사실관계를 제외한 대부분의 혐의는 이 전 대통령이 모두 부인했다는 게 검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수사팀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이 전 대통령의 진술 내용 등을 포함한 수사 결과를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보고하고 구속영장 청구 여부 및 기소 시점 등 향후 수사 계획에 관한 재가를 받을 예정이다.
법조계에서는 이 전 대통령의 구속수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이 이번 조사에서 대부분의 혐의를 완강히 부인한 만큼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명분이 생겼고, 또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4일 오전 9시 45분부터 이날 오후 11시 55분까지 14시간 10분 동안 진행된 피의자 신문에서 혐의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일이고 그런 일이 있었더라도 실무선에서 이뤄진 일”이라고 진술했다.
법적 형평성을 고려한다는 측면에서도 구속 수사 가능성은 높아진다. 현재 김백준 전 청와대 기획관 등 이 전 대통령 공범들은 모두 구속된 상태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자신에게 제기된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검찰 조사를 회피했다가 구속된 바 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짧은 시간에 박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을 구속하기에는 검찰의 부담이 클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 전 대통령이 받는 핵심적인 혐의는 △다스 실소유주 의혹 및 비자금 횡령 △BBK 투자금 회수 및 삼성 소송비 대납 관여 △국정원 특활비 수수 △청와대 문건 불법 반출·은닉 혐의 등이다. 이 가운데 뇌물 혐의에서도 가장 큰 부분은 60억원대에 달하는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이다.
현행 뇌물범죄 양형기준에 따르면 공무원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및 특가법상 뇌물수수액이 5억원 이상일 경우에는 기본형량이 9~12년이다. 여기에 피지휘자에 대한 교사나 적극적 요구가 있었다면 형량이 가중돼 최소 11년에서 무기징역으로 늘어난다.
검찰 주장대로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라면 횡령·배임 등 경영비리와 관련해서도 형량이 가중될 수 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60억원)과 이영배 금강 대표(90억원)의 횡령·배임 혐의, 다스 전 직원이 횡령한 것으로 추정되는 비자금(120억원) 등의 존재를 파악하고 있다.
양형기준에 따르면 횡령·배임액이 50억~300억원 미만인 경우 기본형량은 5~8년이다. 이 전 대통령의 경우 대량 피해자, 피지휘자에 대한 교사, 이종 누범 등에 해당돼 형량이 가중될 수 있다. 이밖에 대통령 기록물관리법 위반 등에서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한 법조계 관계자는 “만약 법원에서 검찰의 주장을 다 받아들인다고 가정하면 최소 징역 11년을 예상한다”며 “(이 전 대통령의 경우) 죄의 감경 요소는 없고 가중 처벌될 요소만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