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링 신드롬 뒤엔 ‘키다리아저씨’ 정용진 있었다

2018-03-02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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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2012년부터 컬링연맹 후원…5차례 전국 대회 열기도

연맹 내분에 팀 킴 포상금 0원…그룹, 2억 4000만원 포상금 지급키로

경북 의성군 의성컬링센터에서 연습 중인 여자 컬링 대표팀 ‘팀 킴’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뒤로 후원사인 신세계와 이마트 로고가 보인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민정 감독, 김초희, 김영미, 김경애, 김선영, 김은정. [연합뉴스]


컬링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최고 인기종목으로 부상하면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혜안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불과 6년 전만 해도 경기 룰조차 생소한 비인기 종목인 컬링에 대한 대기업 후원은 언감생심이었다. 하지만 신세계는 2012년 10월 대한컬링경기연맹과 공식 후원을 맺고 뒤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은 ‘키다리 아저씨’였다.
2012년부터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출전까지 컬링연맹 운영비는 물론 전국대회 개최, 우수팀 훈련비 등에 약 100억원을 투자했다. 신세계는 이번 올림픽 공식후원사가 아닌 터라, 은메달을 획득한 여자 컬링팀 경기나 시상식 어느 곳에서도 신세계 로고 등을 찾아볼 수 없었지만, 이들의 숨은 조력자인 것이 드러나면서 신세계에 대한 국민적 호감 또한 급상승하고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여자 컬팅팀이 사실상 무명 시절 신세계와 이마트 로고가 들어간 유니폼을 입고 훈련한 모습 등이 노출되면서 후원 사실이 자연스레 알려지게 됐다”면서 “한번도 직접 마케팅을 안했는데 이번 올림픽에서 훌륭한 성적을 내 후원 효과가 큰 것 같다”고 전했다.

정용진 부회장이 컬링에 반한 것은 여자 컬팅 대표팀이 창단 첫해인 2012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4강 신화를 쓰면서다. 평소에도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강조해온 정 부회장으로선 여자 컬링팀에서 한국 컬링팀의 가능성을 엿본 것이다.

특히 정 부회장은 좁은 공간에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컬링이 동계스포츠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국민 스포츠로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했다. 게다가 이미 양궁 등에서 엿보인 ‘민첩한 손기술’만큼은 한국을 따라잡을 국가가 없어 컬링이 메달 효자종목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신세계는 일부 스타 선수를 선별해 후원하는 방식 대신 종목 자체에 투자하는 방식을 택해, 컬링연맹에 대한 후원을 한 것이다. 특히 2013년 10월부터 시작한 ‘신세계-이마트 전국컬링대회’는 지난해까지 5회 대회를 열며, 컬링의 저변 확대와 선수들의 실전 경험을 통한 경기력 향상을 위한 중요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컬링연맹 내분으로 인해 여자 컬링 대표팀(팀킴)인 포상금 한 푼 못 받고 감독까지 징계를 받게 될 처지라, 신세계가 어떤 통 큰 결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통상 대표팀이 메달을 수확하면, 정부 차원의 포상금 외에 해당 종목 연맹에서 억대의 포상금을 지원해왔다.

하지만 컬링연맹은 지난해 집행부 내분으로 회장 공석 상태가 이어지면서 대한체육회 정관에 따라 ‘관리단체’로 지정됐다. 관리단체가 되면 연맹은 자체 행정 운영 기능을 잃고 관리위원회 지휘를 받는다. 이에 여자 컬링팀은 은메달 획득에도 불구, 연맹 차원의 포상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 그나마 경기복과 용품 후원사인 휠라코리아가 1억2000만원의 포상금(인당 약 2000만원)을 지급키로 했다. 

이에 재계 11위인 신세계그룹이 팀킴에게 얼마의 포상금을 내릴지 이목이 쏠렸다. 신세계는 이같은 국민적 관심을 반영해 2억4000만원의 포상금과 격려금을 지급키로 2일 결정했다.

특히 컬링 대표팀이 하나가 되어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줬다는 점을 고려해 ‘팀 킴’으로 불리는 여자 컬링팀 뿐만 아니라 남자, 혼성팀 대표팀까지 12명의 선수와 코칭스태프 전원 21명에게 포상금 및 격려금을 전달할 계획이다. ‘영미’ 신드롬으로 상징되는 ‘아름다운 도전정신’을 온 국민과 함께 축하하자는 취지라고 신세계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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