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정상적 가상화폐 거래를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중은행들이 여전히 '눈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자칫 서둘러 옴직였다가 금융당국의 미움을 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은 가상화폐 거래와 관련한 실명거래 시스템을 모두 구축했지만 여전히 가상계좌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이들 은행이 계좌 제공을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불명확한 입장 탓이다. 금융당국에서도 아직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불똥'이 튈까 염려해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실제로 최흥식 금감원장은 두 달 만에 가상화폐에 대한 입장을 완전히 뒤집었다.
지난해 12월에만 하더라도 "가상화폐 거품은 나중에 확 빠질 것"이라며 "내기해도 좋다"고 가상화폐 거래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지난 2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정상 거래이면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가상화폐 거래라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며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새 가상계좌를 제공하도록 독려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사실상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을 향해 가상화폐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열어주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셈이다.
중소형 가상화폐 거래소와 오픈을 앞두고 있는 거래소들 역시 이들 은행에 가상계좌를 제공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은행들은 신중히 검토하겠다며 결정을 유보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의 명확한 입장이 없는 상태에서 자칫 신규 가상계좌를 발급하면 추후 새로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가상화폐 거래로 얻는 수수료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리스크를 안고 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