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이 지난 13일 법정구속 되면서 창립 51년만에 처음으로 ‘총수 부재’ 사태를 맞은 롯데그룹의 경영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신 회장의 오른팔이자 그룹 2인자인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을 앞세운 롯데 비상경영위원회가 14일 가동되면서 내실 다지기에 돌입했지만, 그동안 신 회장이 추진해온 ‘뉴롯데’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재계의 중론이다.
신 전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의 이번 1심 재판뿐 아니라 지난해 12월 업무와 관련된 영역 및 배임 혐의로 징역 1년 8개월, 집행 유예 2년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점도 강조하며 경영권 복귀 의욕을 내비쳤다.
게다가 2015년 신 전 부회장이 광윤사의 지분 50%이상을 갖도록 한 2015년 주주총회 효력을 중지해달라며 신동빈 회장이 일본 법원에 제기한 가처분 신청도 지난달 25일 기각됐다.
신 회장은 “당시 결의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어서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일본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신 전 부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 때문에 롯데 경영권 향방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주사인 광윤사는 사실상 한일 롯데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 롯데홀딩스는 광윤사(28.1%), 종업원지주회(27.8%), 관계사(20.1%), 임원지주회(6%) 등이 주요 주주이며 신 회장의 지분율은 1.4%에 불과하다. 다만 신 회장은 자신에게 우호적인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사장과 함께 롯데홀딩스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롯데 측은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요 경영진이 신동빈 회장을 지지하고 있어 (그룹 회장직 유지 등과 관련한)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외적으로 신 전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이 우려된다면, 내적으론 신 회장이 강조해온 ‘뉴롯데’ 경영비전이 올스톱 될 위기다.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1순위 현안인 호텔롯데 상장은커녕 해외사업 확대, 대규모 M&A(인수합병) 등 신 회장이 ‘원리더’로서 이끌어온 사업의 향배를 모두 장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특히 해외사업의 경우,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제3의 길로 모색하던 동남아, 유럽, 러시아 등에 10조원 이상을 투자하던 차여서 신 회장의 부재에 따른 차질은 더욱 클 전망이다.
여기다 롯데면세점이 어렵사리 특허를 재획득한 월드타워점 사업권도 박탈될 위기다. 신 회장의 1심에서 ‘부정한 청탁’이 인정됨에 따라, 관세청은 재판 직후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특허취소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관세법상 특허신청 업체가 거짓이나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특허를 받은 경우 특허취소가 가능하다.
한편 구속 수감된 신 회장은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홀로 설 연휴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15일부터 사흘간은 일체의 면허를 불허하고 18일 하루만 ‘설 명절 접견일’로 지정했다. 이에 신 회장의 부인 시게미쓰 마나미 여사 등 가족들이 일본에서 건너와 이날 면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신 회장이 구속 다음날인 14일 황각규 부회장과 송용덕 호텔 및 서비스BU장, 허수영 화학BU장, 윤종민 롯데지주 HR실장, 류제돈 롯데지주 전무 등이 변호인단과 함께 구치소를 찾아 신 회장을 짧게 면회했다. 이날은 신 회장의 63번째 생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