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여자 아이스하키 경기가 열린 인천선학링크. 3000여명이 앉을 수 있는 관중석은 가득 찼고, 경기장에는 ‘아리랑’이 울려 퍼졌다. 또 ‘우리는 하나다’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걸렸고, 관중들의 손에는 파란 한반도가 그려진 깃발이 들려 있었다. 올림픽 사상 최초의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한반도기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첫선을 보인 날이었다. 결과는 강호 스웨덴을 만난 단일팀의 1-3 패배. 하지만 관중들은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목이 터져라 ‘코리아’를 외쳤다.
남북 단일팀의 탄생은 극적이었다. 9일 개막하는 평창올림픽을 불과 2주 남짓 앞두고 갑작스럽게 결정됐다. 평화 올림픽을 기조로 하는 정치적인 입김에 태극마크만 바라보며 달리던 우리 선수들의 꿈이 사라지는 등 단일팀 구성 과정에서 소통 부재의 논란이 있었지만, 북한 선수단은 지난달 28일 충북 진천선수촌에 짐을 풀었다.
이번 평가전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것은 북한 선수들의 출전 여부. 평가전에서 엿본 머리 감독의 선수 기용은 파격적이었다. 머리 감독은 단일팀 구성에 앞서 “북한 선수 중에 우리 1~3라인에 들어올 선수가 없다”고 난색을 표했다. 그런데 스웨덴과 평가전에서 22명 게임 엔트리에 북한 선수 4명을 포함시켰다. 정수현이 공격 2라인의 레프트 윙, 려송희가 3라인 레프트 윙, 김은향이 4라인 센터로 기용됐고, 황충금이 조미환과 함께 네 번째 수비조합을 구성했다. 북한 선수들의 활약은 눈에 띄지 않았지만, 공격수 정수현은 머리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단일팀의 에이스는 ‘주장’ 박종아다. 평가전에서 스웨덴을 상대로 유일한 득점을 뽑은 선수다. 박종아와 함께 북한 에이스로 합류한 정수현이 어떤 조화를 이루느냐가 중요해졌다. 정수현이 부상으로 평가전에서 빠진 랜디 희수 그리핀, 이은지와 2라인에서 호흡을 맞추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머리 감독은 “터프하고 빠른 플레이가 돋보이는 정수현은 지금 모습이라면 계속 2라인에 기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종아와 정수현은 짧은 훈련기간에도 강한 투지를 보이고 있다. 박종아는 “예전처럼 ‘팀 코리아’를 외치면서 하나로 뭉치려고 하고 있다. 북측 선수들이 우리 시스템에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수현도 “우리 북과 남 선수들이 달리고 또 달리면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다. 이번 대회가 북과 남의 뭉친 힘을 과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각오를 다졌다.
남북 단일팀은 하나로 뭉쳤을 때 기대 이상의 성과로 기적 같은 감동의 순간을 연출했다. 이번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에 기대하는 것도 ‘기적의 드라마’다. 문재인 대통령이 꿈꾸는 평창에서 펼쳐질 ‘평화 올림픽’의 감동도 그 안에 숨 쉬고 있다. 약체로 꼽히는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남북관계처럼 냉랭한 빙판 위에서 뜨거운 열정으로 '평화의 스틱'을 맞잡았다. 기적을 꿈꾸는 단일팀은 평창올림픽 개막식 다음 날인 10일 스위스, 12일 스웨덴, 14일 일본과 B조 조별리그를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