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김심훈에게는 어떤 지역명이 들리면 그 지역의 정자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고 한다. 십여 년의 세월동안 정자와 누각만 카메라에 담아 온 ‘정자(亭子) 사진가’답다.
김심훈 사진가가 두 번째 ‘한국의 정자’ 사진전을 서울 ‘류가헌’(종로구 청운동 113-3)에서 28일까지 개최한다.
김 작가는 1959년 경기도 여주에서 태어나 고향에 터를 잡고 운송을 생업으로 하고 있다. 독학으로 공부를 시작하며 처음 정자 사진을 찍기 시작할 때만해도, 이렇게까지 오래 정자 하나만을 오로지 하며 작업할 줄 몰랐다.
‘작품’은 발품에서 나오는 법이다. 2008년 북녘 땅이 바라다 보이는 파주의 화석정에서부터 강원과 경상, 호남지역의 여러 정자들에 이르기까지 60곳을 다녔다.
2014년에는 7년여의 기록을 모아서 첫 번째 ‘한국의 정자’ 사진전을 열었다.
기록이 많은 듯해도 정작 우리나라 곳곳에 산재해 있는 정자들을 미학적 접근을 통해 촘촘히 기록한 사진이 드문데다, 전국의 여러 정자들 중에서 빼어난 20여 점을 뽑아서 아날로그 인화로 선보였던 김심훈의 ‘한국의 정자’는 조용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후로도 생업 틈틈이 카메라를 들고 정자를 찾아다니는 김심훈의 행보는 멈추지 않고 계속됐다. 올해 다시금 정리해 선보일 만한 양이 되었다. 3년 여 동안 다닌 전국의 정자가 40여 곳이니, 지난 7년여 기간에 비해 더 잰걸음을 한 셈이다.
물론 여름엔 여름날의 모습을 보러, 가을엔 가을날의 모습을 보러 갔으니, 정자의 수는 명확해도 오고 간 걸음의 차수는 헤아리기 어렵다.
우리나라에는 약 1400여 개의 정자가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진을 찍기 위해 접근이 가능한 정자는 채 절반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때로는 진입로가 아예 막혀버린 정자를 찾아가느라 낫으로 2㎞ 길이의 숲길을 열어가며 도달한 정자도 있고, 옛 문헌에 겨울 눈 덮인 날의 풍광이 아름답다고 기록된 정자를 설경 속에 담기 위해 수차례 찾아갔으나 번번이 ‘그 때’를 놓치기 일쑤였다.
아직도 남겨진 정자들과 촬영 과정의 지난함, 사진에 담기 ‘가장 완벽한 때’를 생각하면 김심훈의 발걸음이 종종걸음이 되는 이유를 헤아리기는 어렵지 않다.
작가는 모든 정자 사진에 대형 4*5 필드카메라와 필름을 사용했다. 젤라틴 실버 프린트(Gelatin Silver Print) 방식의 인화를 위한 암실작업도 오랜 시간과 공을 들여 작가가 손수 했다.
10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 작가의 식을 줄 모르는 뜨거운 열정이 아니었다면, 이 고아한 자태의 흑백의 ‘상(象)’들이 어떻게 고귀한 자태를 드러낼 수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