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바쁜 정부가 '혁신성장'을 띄우기 위해 지나치게 보여주기식 정책에 나선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년 연속 3% 경제성장과 국민소득 3만2000달러 등 올해 수행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가운데, 정부사업이 속도전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다.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제로 정책 등 주요 소득주도 성장정책이 여러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정부는 혁신성장 사업을 통해 우리 경제의 새로운 먹거리 창출과 경제성장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획재정부의 경우에도 12개 지원단을 구성, 내부 과제사업을 추진하는 동시에 8개 선도사업단을 지원한다.
관련기사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최근 "(혁신성장은) 손으로 잡을 수 있을 정도의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며 "특히 자율주행자동차나 드론 부문 등에서 조속한 성과를 내고, 3월 말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혁신성장 점검회의 준비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강조했다.
김 부총리는 이어 15일 스마트공장 현장을 둘러보며 선도사업의 조속한 성과 도출의 가능성을 점검했다.
그는 지난해 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관련부처 장관들과 판교테크노밸리를 방문해 혁신성장 추진 속도를 높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 2기에 들어서는 올해 혁신성장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줘야 하는 데 압박을 느끼는 분위기다. 그러다 보니 가시적인 성과 도출에 박차를 가할 수밖에 없다.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중 선보이는 자율주행버스나 올초 구체화될 수 있는 드론대회 등은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가시적인 이벤트지만 표면적인 사업에 불과하다.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기업을 옥죄는 각종 규제를 완화해야 하지만, 의료·교통·금융 등 각 분야마다 이해관계가 얽혀 정부도 쉽게 손대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러다 보니 지나치게 시범사업의 성공에 집착하는 모양새다.
산업계도 정부 정책의 모든 시범사업이 상용화사업으로 전환되기는 쉽지 않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재계는 시범사업 이후, 국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자율주행자동차의 경우, 해외 개발속도에 비해 늦은 감이 있다는 지적이다. 드론 역시 기술개발 과 산업분야 적용보다 규제 이행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만큼, 글로벌 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정부의 혁신성장에 대한 의지는 좋지만,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에 대한 확신은 주지 못하고 있다"며 "올 상반기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이는데, 급하게 사업을 추진할 경우 사업을 그르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