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조선산업-상]삼성·대우 합병 再부상

2018-01-0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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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업계 빅딜카드 다시 꺼내···현대重과 ‘빅2’ 구도 예고

정부와 조선업계가 구조조정 추진의 속도를 가하기 위해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빅3’ 체제를 ‘빅2’로 전환하기 위한 ‘빅딜(Big Deal)’을 다시 꺼내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방안이 실행된다면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을 합병시켜 현대중공업을 넘어서는 초대형 조선사를 탄생시키는 방안이 유력하다.

3일 정부와 금융권 및 조선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올해 1분기 안으로 발표할 ‘조선업 혁신성장 방안’에 대형 조선업계 합병안을 포함시킬지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조선산업 유관기관과 컨설팅 업체 등을 통해 합병에 따른 효과를 조사하는 등 물밑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비공식 루트를 통해 다양한 방법을 알아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두 회사가 소재한 거제시를 넘어 부산광역시와 경상남도권 지역경제까지 침체되고 있는 만큼 양사 합병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까지 폭 넓게 탐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빅2 체제 전환은 20년 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 당시 김대중 정부가 추진한 ‘빅딜’을 모델로 하고 있다. 당시 빅딜은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축으로 대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추진했지만 사실상 정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다. 중복투자로 과잉생산 체제를 보이고 있는 부문을 한두 개 기업으로 묶는 것이 핵심이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메모리 반도체 업계 순위 세계 3위인 현대전자산업과 6위 LG반도체(이하 데이터퀘스트 1997년 통계)가 합병한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였다. 합병 직후 하이닉스반도체는 삼성전자를 넘어서는 덩치로 커져 삼성전자와 함께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채권단에 속한 은행권 관계자도 “양사 간 합병이 새로운 내용은 아니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수면 아래에서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합병 추진을 정부가 직접 챙길지, 업계에서 자발적으로 진행할지에 대한 원칙론을 세우는 단계”라고 말했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현재 대우조선해양의 수주잔량은 570만6000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세계 2위, 삼성중공업은 313만5000CGT로 5위에 올라 있다. 양사가 합병하면 단숨에 현대중공업(704만2000CGT, 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 포함)을 추월해 세계 1위에 올라서게 된다.

중국과 일본 조선업계도 빅딜을 활용한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조선사별 몸집 불리기 경쟁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도 언제까지 빅3 체제를 고수할 수는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양사 합병 추진의 명분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 당사자인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모두 합병 추진은 전혀 모르는 이야기라며 부인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우리는 전혀 모르는 이야기다. 설사 합병을 추진한다고 해도 후속 작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삼성중공업 측도 “소문으로만 떠돌던 것이 다시 입에 오르내리는 것 아니냐”고 전했다.

하지만, 중견·중소 조선사들이 연이어 퇴출되거나 채권단 관리상태에 놓여 있고, 빅3 또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산업 구조조정의 숨통을 틔우기 위해서는 이 같은 충격요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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