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자본 공급에 물꼬터라] 정부만 보이는 모험자본시장

2018-01-01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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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투자 비중 확대 등 대다수 정부 주도…민간 전문투자자 찾기 어려워

스타트업 육성책마다 나오는 모험자본은 이제 낯설지 않은 말이다. 그런데 아직은 정부밖에 안 보인다. 이래서는 과거 일회용 관치펀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민간이 자율적으로 참여해야 지속가능한 모험자본시장을 만들 수 있다.

◆창업기획자·엔젤투자자가 없다

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부터 3년 동안 10조원 규모로 혁신모험펀드를 조성한다. 펀드를 만든 후에는 성장단계별 투자대상에 따라 모태펀드와 성장사다리펀드를 통해 운용하기로 했다. 올해에는 정부예산 가운데 1000억원이 혁신모험펀드 조성에 배정됐다.

그래도 갈 길이 멀다. 벤처투자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기준 0.13%를 기록했다. 당시 미국이 0.33%, 중국조차 0.24%로 우리나라보다 크게 높았다. 정부는 2022년까지 비중을 0.23%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정부 주도로 해내겠다는 얘기다. 여전히 액셀러레이터(창업기획자)나 엔젤투자자 같은 민간 전문투자자는 찾기 어렵다. 여전히 우리 모험자본시장은 걸음마 단계라는 얘기다.

자본시장연구원 자료를 보면 전문엔젤투자자는 2017년 10월 말 현재 113명에 불과했다. 액셀러레이터로 등록한 기업도 40여곳밖에 안 됐다.

갓 창업한 기업은 정보 비대칭성 탓에 자금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이를 해소해줄 수 있는 것도 역시 민간에서 활동하는 전문투자자다. 

김종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혁신형 창업기업을 선별하고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민간전문투자자를 길러야 한다"며 "정부 정책자금이 과잉공급돼 민간투자를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더 많은 모험자본 회수시장 생겨야

모험자본이 적재적소에 공급되기 위해서는 회수시장도 다양해져야 한다. 기업공개(IPO)에만 집중돼서는 투자·회수·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체계를 만들기 어렵다. 정부가 내놓을 코스닥 부양책이나 코넥스·한국장외주식시장(KOTC) 개선책도 모두 회수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연기금은 코스닥 상장사에 대한 투자를 늘려 이를 지원사격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코스닥 투자 비중을 2% 내외로만 유지해왔다.

하지만 새해부터는 더 많은 기업이 증시를 자금조달 창구로 활용할 전망이다. 이미 2017년 코스닥 공모액은 사상 처음 3조원을 넘겼다. 2016년과 비교하면 1조2000억원이 늘었다.

적자기업도 상장할 기회를 주는 '테슬라 상장 제도' 1호사도 탄생을 앞두고 있다. 엔지켐생명과학처럼 코넥스에서 시총 상위에 속하는 기업도 코스닥 이전상장을 꾸준히 추진할 것이다.

다만 투자금 회수가 IPO에만 치우치면 구조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창업기업이 설립 3년 안에 맞는다는 위기인 '데스밸리(Death Valley)'를 지나는 일은 쉽지 않다. 이런 단계에서는 IPO로 해줄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자본시장연구원은 1년 전 내놓은 '국내 모험자본시장 현황 분석과 발전 방향'에서 인수·합병(M&A)과 세컨더리펀드 확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사모재간접투자펀드 도입을 통해 비상장 주식을 사줄 수요를 확충할 필요가 있다"며 "이미 조직화돼 있는 장외시장을 유통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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