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구조조정 방향을 잡아주는 것은 큰 힘이지만 기존 금융위원회가 주도해 온 '선제적 구조조정'과는 관점이나 방식에서 큰 차이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산은·수은 관계자는 23일 "정부가 (방향성 제시를 위해) 보다 일찍 나섰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산업 진흥을 우선하는 산업부가 어떤 식으로 구조조정을 해 나갈 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철저히 경제 논리에 따랐던 금융위의 구조조정 방식에 한계를 느낀 모양새다.
산업부는 전임 주형환 장관 시절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국회에서 산업부의 역할이 실종됐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태세를 전환하고 있다. 반면 금융위는 과거 정부보다 구조조정에 소극적이다.
우선 산업부는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 등 현재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중소 조선사를 살필 예정이다. STX조선의 경우 주채권은행인 산은이 수주선박 11척에 대한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면서 고강도 자구안을 마련하도록 요구한 상태다. 고정비 30% 축소, 인력 감축, 임금 동결 등이 해당한다.
성동조선은 최근 채권단 실사에서 청산가치(7000억원)가 존속가치(5000억원)보다 높게 나와 존폐 기로에 서게 됐다. 이를 두고 수은 관계자는 "일단 (성동조선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논의가 더 필요하겠지만 정부 방침에 최대한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업 회생을 위해 투입한 자금에 대해 추후 혈세 낭비 논란이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는 입장이다. 손실 메우기 차원에서의 자구 노력을 국책은행들에 강요하는 것은 다소 부당하다는 것이다. 현재 두 국책은행은 지난해 10월 말 혁신안을 발표하고, 중·장기 과제를 이행 중이다.
그럼에도 산업부가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데는 찬성하고 있다. 사실상 금융위보다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더 효과적일 것이란 판단에서다.
산은 관계자는 "산업부의 구조조정 방식이 채권은행이 생각하는 것과 다를 수 있다"며 "하지만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이후 소강 상태였던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을 매듭짓기 위해선 정부의 큰 그림이 필요하고, 산업부가 그 역할을 맡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