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에서 17일 단행한 인사의 척도는 실적이었다. 김승연 회장이 창립기념사를 통해 '미래 개척', '영속적인 성장기반' 등을 강조한 것과 맞닿아있기도 하다.
이번 인사에서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과 김창범 한화케미칼 사장은 나란히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두 계열사 모두 한화그룹의 성장세 견인에 앞장선 곳으로 꼽힌다.
한화생명은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연결 기준)은 6591억원으로 전년동기(8831억원) 대비 25.37% 감소했다. 그러나 작년 한화손해보험 매입에 따른 일회성 이익에 따른 기저효과를 제외하면 오히려 순수익은 39%(1848억원) 가량 늘었다. 4분기에도 호실적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한화그룹 측은 차 부회장의 인사에 대해 "불확실한 금융시장 환경 속에서도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한화생명을 중심으로 한 한화그룹 금융부문의 성장성과 수익성을 견인했다"고 평가했다. 이밖에 핀테크와 빅데이터 등 미래형 금융서비스모델 정착 등에 높은 점수를 줬다.
김 부회장 역시 "석유화학분야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등 미래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유화부문의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철저한 성과주의에 기반한 인사였음을 강조하는 대목이다.
한화케미칼은 3분기 누적 매출액 1조296억원, 누적 영업이익 8257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3분기 누적 세전이익은 사상 최초로 1조원을 돌파하며 승승장구중이다.
특히 이들이 나란히 부회장을 맡게 된 것은, 한화가 향후 금융 부문과 석유화학 분야를 전면적으로 내세우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아울러 부사장에서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한 한화손해보험 박윤식 사장 역시 영업체질 개선, 높은 순이익 달성 등의 공로를 인정받았다. 역시 사장으로 승진한 여승주 경영기획실 금융팀장은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 재임당시 주가연계증권(ELS)의 여파로 적자를 면치 못했던 한화투자증권을 흑자로 전환시키는 등 리스크 관리에 성과를 일궜다는 평가다.
이밖에 ㈜한화·화약부문 대표이사로 내정된 옥경석 한화건설 관리부문 사장 역시 눈길을 끈다. 옥 사장의 인사는 순혈주의 타파와 동시에, 경영효율화 및 재무안정성 강화에 주력하겠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옥 사장은 삼성전자에서 DS부문 경영지원실 부사장을 지냈던 전력이 있는 경영관리·혁신 전문가이자 재무통으로, 지난해 한화그룹에 영입된 인사다. 이후 한화케미칼 폴리실리콘사업본부, 한화건설 경영효율화담당 사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