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사장은 손해보험업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장수 CEO다. 지난 2010년 5월 처음 시장에 선임된 이후 현재까지 7년 연속 최고경영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직 국내 손보사 사장 중 김 사장보다 재임기간이 긴 CEO는 한 명도 없다. 김 사장이 두 차례나 연임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룹이 어려운 와중에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줬기 때문이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경영성과다. 그가 부임하기 전인 2009회계연도 DB손보의 원수보험료는 5조9805억원이었으나 2016회계연도에는 12조924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2263억원에서 4702억원으로 107.8% 확대됐다.
경영성과의 원천은 사업비율 관리로 분석된다. 2009회계연도 21.49%에 달했던 DB손보의 사업비율은 2011회계연도 16.64%로 대폭 개선됐다. 그 이후로도 17%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사업비율은 보험료 수입에서 인건비나 마케팅 비용, 모집 수수료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실제로 오너가 및 특수관계인의 DB손보 보유지분 23.26% 중 13.94%가 주식담보대출로 묶여 있는 상황이다. 주가 급락으로 주식담보대출로 묶인 지분이 반대매매될 경우 김 회장 일가는 DB손보 지배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
이 상황에서 김 사장은 DB손보의 주가를 오히려 끌어올리면서 오너가의 위기를 미연에 방지했다. 김 사장이 부임하기 전 3만5300원 수준이었던 DB손보 주가는 지난 7일 기준 6만9300원으로 두 배 가까이 올랐다. 그룹이 흔들렸던 상황이 주식시장에 고스란히 알려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성과다.
문제는 김 사장이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세 번째 연임에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다. 보험업계는 그동안 김 사장이 임기를 채우고 물러날 것이라고 관측해 왔다. 경영성과에서는 흠잡을 데 없으나 오랫동안 장기집권했다는 시각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변수가 발생하면서 김 사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9월 김준기 회장이 구설수에 오르면서 사퇴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이 돌연 퇴진한 탓에 계열사 수장들을 교체하기 어려워졌다는 시각이다. 특히 김 사장은 그룹 내부에서 중진급 인물로 김 회장의 부재로 흔들릴 수 있는 그룹을 추스르는데 필요한 인물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DB그룹의 해체 속에서 오너 일가가 그나마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DB손보가 그룹의 버팀목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며 "김 회장이 돌연 사퇴한 탓에 김 사장이 다시 한 번 그룹의 대들보 역할을 담당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