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블라인드] 생보사들 개명 뒤 실적 왜 이래

2017-10-1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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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L생명·DB손보 영업력 약화

설계사들 중심 '새이름 알리기'

변경후 실적 개선 사례도

[사진=생명보험협회]


ABL생명, DB손보. 최근 사명 변경으로 생소한 이름의 보험사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해당 보험사 임직원과 전속 설계사들은 사명 변경이 단순한 이름 바꾸기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새로운 이름을 재빨리 고객에게 알리지 못할 경우 영업 역량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사명 변경 시기 설계사 채널이 위축됐던 미래에셋생명(옛 SK생명)과 처브라이프생명(옛 ACE생명)의 사례가 재현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알리안츠생명은 지난 8월 ABL생명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지난해 말 중국 안방그룹홀딩스에 인수돼 더 이상 '알리안츠' 브랜드를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알리안츠생명은 안방보험과의 연계성을 고려해 새로운 사명을 ABL생명으로 확정한 이후 사명 변경 이전부터 일선 설계사를 대상으로 '영업현장 로드쇼'를 진행하는 등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펼쳤다. 알리안츠라는 브랜드가 사라지면서 자칫 동요할 수 있는 설계사 조직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조치다.

다음 달부터 DB손보로 사명을 변경할 예정인 동부화재도 비슷한 상황이다. 동부화재는 '동부'라는 상표권을 지닌 계열사 동부건설이 사모펀드 키스톤프라이빌에쿼티에 매각돼 더 이상 동부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없게 된 경우다. 동부화재 역시 알리안츠생명과 유사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보험사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사명 변경을 앞두거나 변경한 이후 적극적으로 '새 이름 알리기'를 추진하고 있다. 사명 변경으로 영업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회사 안팎으로 적지 않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에서는 회사의 이름이 바뀔 경우 전속설계사의 영업 실적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인식해 왔다. 고객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기존의 브랜드 대신 새로운 브랜드를 소개해야 하는 부담이 적지 않다는 시각에서다.

실제 2000년 이후 사명을 바꾼 생보사 3곳의 사례를 살펴보면 대부분 해당연도 설계사 채널의 초회보험료 실적이 전년 대비 줄었다. 2005년 사명을 변경한 미래에셋생명은 해당 회계연도 설계사 채널의 영업 실적이 240억원(초회보험료 기준)으로 2004회계연도 390억원 대비 38.5% 줄었다.

지난해 9월 사명을 변경한 처브라이프생명도 이후 6개월(2016년 9월~2017년 3월) 동안 설계사 채널의 초회보험료는 2억원에 불과해 2015년 4분기와 지난해 1분기 실적 합계인 22억원 대비 90.91% 줄었다.

물론 사명 변경 후 오히려 실적이 개선된 사례도 있다. 대한생명은 지난 2012년 한화생명으로 사명을 변경한 이후 설계사의 실적이 156.12% 확대됐다. 다만 이는 '한화'라는 잘 알려진 브랜드가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한 경우로, ABL생명이나 DB손보와는 차이가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명을 변경하게 되면 설계사 채널의 영업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새로운 이름인 ABL과 DB가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이름도 아니라서 영업을 하는 데 고생이 적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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