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책을 만나다] '해직기자' 이용마가 던지는 냉철한 희망 메시지

2017-11-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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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 라이프 트렌드 2018

밀린 집안일, TV리모콘과의 손가락 씨름, 아이들과 놀아주기 등 주말·휴일엔 '의외로' 할 일이 많아 피곤해지기 일쑤다. 그렇지만 책 한권만 슬렁슬렁 읽어도 다가오는 한 주가 달라질 수 있다. '주말, 책을 만나다'에서 그런 기분좋은 변화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이용마 지음 | 창비 펴냄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사진=창비 제공]


"언론이 질문을 못하면 민주주의가 망하는 겁니다."

지난달 2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MBC 노조)가 주도해 서울광장에서 개최된 파업콘서트 '다시 만나도 좋은 친구'에 생각지 못한 출연자가 등장했다. 2012년 공정방송을 위한 170일 파업을 이끌다 해고된 이용마 기자였다. 복막암 말기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이던 그는 파업 기간 중 꼭 한 번은 집회에 참석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고자 편치 않은 몸을 이끌고 콘서트에 출연했다.

이용마 기자는 1996년 MBC에 입사한 이래 사회부·전국부·경제부·문화부·외교부·정치부·법조팀 등을 오가며 한국 사회의 구석구석을 취재했다. 아직 어린 두 아들이 성장한 뒤에 읽기를 바라며 쓴 이 책에서 그는 기자 생활 동안 지켜본 한국 사회의 변화를 폭넓게 조망하는 한편, 각계각층에 공고히 자리잡은 기득권 세력에 의한 폐해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그는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각각 객관적인 시선으로 평가한다. 군사정권 시대의 기득권 세력을 소환하며 과거로 돌아가려 한 이명박·박근혜 정권에 대해서는 두말할 필요가 없지만,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개혁 실패에 대해서도 냉정한 시선을 유지한다. 특히 노무현 정부가 왜 개혁에 실패하게 되었는지를 심도 깊게 고찰하며 구체적인 개혁 프로그램의 부재, 재벌 위주 경제성장의 답습, 기득권 세력의 공세에 대처하는 요령 부족 등을 아쉬운 점으로 꼽는다. 

그가 가장 강하게 비판하는 것은 검찰과 언론이다. 자신이 직접 경험하며 알게 된 검찰과 언론의 보수성·부조리함은 그들이 왜 가장 먼저 개혁돼야 할 대상인지를 명징하게 보여준다. 그는 삼성 불법상속 문제에 소극적이던 검찰이 언론플레이로 송두율 교수의 구속을 정당화한 행태를 예로 들며 "검찰이 엄정한 기준으로 법질서를 지키기보다는 그때그때 정권의 요구에 맞춰왔다"고 역설한다. 아울러 검찰의 보수성은 내부의 문제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인사권을 대통령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언론을 바라보는 눈에도 날이 서 있다. 수습기자 시절 겪은 상명하복 문화, 자극적이거나 권력의 입맛에 맞는 기사만을 좇는 행태, 학연과 지연에 따라 움직이는 인사 등 저자가 경험한 우리나라 언론의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2001년 아프간전쟁을 취재하는 종군기자에 지원했던 저자가 전쟁터와 수백㎞ 떨어진 도시의 호텔에서 인터넷으로 외신과 연합뉴스를 검색하며 우리나라에 기사를 보내면 마치 기자가 전쟁터에 있는 양 한국에 보도됐던 부분은 언론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검찰과 언론 개혁을 위해 저자가 제시하는 해결법은 '국민대리인단 제도'다. 상식에 입각해 판단하는 국민대리인단이 인사권을 지니고 권력기관의 장(長)을 선정하면, 검찰과 언론이 권력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다양한 분야에서 국민대리인단 제도가 자리잡으면 정당들이 당리당략에서 벗어나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도 기대한다. 

"공동체를 아름답게 만드는 것, 그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 나의 인생도 의미가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자신의 두 아들에게 남긴 마지막 부탁은 오늘날 한국 사회에도 절실하다. 

368쪽 | 1만6000원

◆ '라이프 트렌드 2018' 김용섭 지음 | 부키 펴냄
 

'라이프 트렌드 2018' [사진=부키 제공]


트렌드 분석가이자 경영전략 컨설턴트, 비즈니스 창의력 연구자인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은 해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 눈길을 끄는 책 한 권씩을 선보여 왔다. 이름하여 '라이프 트렌드'. 

지난해 '라이프 트렌드 2017'에서 '적당한 불편'을 키워드로 제시해 탁월한 안목을 재입증했던 김 소장은 그동안 '그들의 은밀한 취향'(2016), '가면을 쓴 사람들'(2015), '그녀의 작은 사치'(2014), '좀 놀아본 오빠들의 귀환'(2013) 등 시대를 꿰뚫어보는 저서를 내놓았다. 

그가 2018년을 주름잡을 대표 키워드로 제시한 것은 책의 부제이기도 한 '아주 멋진 가짜, classy fake'이다.

진짜보다 가짜에 열광하는 사람들, 격이 다른 가짜이기에 더 멋지다고 느끼는 사람들의 숨은 욕망을 포착하라는 것인데, 저자는 햄튼 크릭 푸드에서 만든 인공 달걀 '비욘드 에그(Beyond Eggs)'를 예로 든다. 이는 완두콩과 수수 등 10여 가지 식물로부터 단백질을 추출해서 만든 인공 달걀 파우더로, 제과·제빵에 실제 달걀 대신 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오믈렛이나 스크램블 에그를 만들 수도 있다. 

햄튼 크릭은 이 인공 달걀 개발 후 빌 게이츠, 세르게이 브린, 제리 양, 리카싱 등 억만장자들로부터 2억20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가짜 달걀'에 불과한 파우더가 미래 식량 산업으로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올해 조류인플루엔자(AI)가 야기한 닭 대량 살처분, 그에 따른 달걀 값 폭등 그리고 살충제 달걀 파동까지 한국인들은 여러 번 놀라야 했다. 닭 사육 환경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의식, 더 건강한 달걀을 먹고 싶다는 욕구 등이 강해진 것은 '에그포비아'가 가져온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비욘드 에그와 같은 달걀 대체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식품과 기술을 결합한 '푸드테크(foodtech)'의 산업적 가치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비욘드 에그는 말 그대로 '아주 멋진 가짜'로서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분석한다. 

저자에 따르면 2018년 한국인들은 '가치 있는 가짜', '격이 다른 가짜'에 주목하게 된다. 잔인한 사육과 도축의 결과물인 천연 가죽보다는 인조 가죽을 소비하고, 고가의 오리지널 명품보다는 하이패션과 스트리트패션의 콜라보 등 새로운 실험을 지지하며, 디지털 기술과 아날로그적 감성을 융합한 가짜 아날로그를 탐닉한다는 것이다.

이 책이 '예언서'는 아니다. 그러나 증강현실(AR)과 가강현실(VR) 등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는 우리 '미래'를 라이프스타일 분석으로 산뜻하게 정리해 준다는 점에서 유의미하게 다가온다. 

340쪽 |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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