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전목마 공화국' 박학용 지음 | 서울셀렉션 펴냄
"회전목마는 그 자리에서만 늘 빙빙 돈다. 울타리를 박차고 달려가지도 못한다. 한동안 쾌감을 누리던 목마 탄 사람들도 이제 지쳐 떨어졌다. 문득 수십 년간 과거에 갇힌 채 더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민낯이 오버랩됐다."
30년간 언론계에 몸담아 온 박학용은 압축성장과 민주화의 과정에서 빚어진 갈등과 분열, 모순이 수십년째 이어지고 있는 현실을 이 같이 일갈하며 "목마의 등에서 내려와 단박에 줄달음칠 야생마로 갈아타야 한다"고 주장한다. 순환궤도에서 벗어나 미래로 내달려야 한다는 말이다.
저자는 "과거와 싸우지 말고 미래를 만들어라. 그러면 미래가 과거를 정리해 줄 것이다"(앨빈 토플러)와 "과거와 현재가 싸우면 미래를 잃는다"(윈스턴 처칠) 등의 말을 인용하면서 "보수정권이든, 진보정권이든 내부싸움은 접고 힘을 합쳐 과거에서 미래 발전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데 국가 총역량을 쏟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문재인 정부의 복지정책이 성공하기 위한 조언도 눈길을 끈다. 저자는 성장을 넘어선 복지 예산에 우려를 나타낸다. 정직하고 정교한 중장기 예산설계도가 먼저라는 얘기다. 그에 따르면 향후 10~30년까지의 상황을 내다볼 수 있는 '복지 대차대조표'와 함께 구체적인 돈 마련 계획도 필수적이다.
반평생 '파수견'을 자처해 온 저자의 예리한 시각을 정치·사회·경제·과학·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느낄 수 있는 흥미로운 지침서다.
353쪽 | 1만6000원
◆ '완산골 선비의 국가개조론' 수졸재 류화 지음 | 이춘구 전북대 산학협력단 교수 편역 | 신아출판사 펴냄
조선 중후기 '완산골' 전주에 살면서 국가개조론을 주장한 선비 수졸재 류화(1631~1697)의 문집이 나왔다. 류화 선생은 인조, 효종, 현종, 숙종 연간에 보령현감, 강령현감, 흥해군수, 예조정랑, 병조좌랑 등을 지내며 국정에 참여하는 등 조선을 국가개조에 헌신한 인물이다
전주류씨 시사재대종회가 발행한 이 책은 17세기 전주 원동에서 살았던 류화 선생이 평생 주장한 국가개조론을 전 3권 10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으로 펼쳐낸다. 이춘구 전북대 산학협력단 이춘구 교수는 1834년(순조 34년)에 발간된 수졸재 유고 목판본 3권 3책을 바탕으로 번역·편집했다.
류화 선생은 당시 전주뿐 아니라 전국의 학자, 정치인들과 교류하며 이상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국가개조론을 평생 주장했다. 이는 마치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의 이상국가론을 연상시키는데, 편역자도 "류화 선생과 대화하는 전체 과정에서 느끼는 느낌은 이상세계(Idea)에 도달하기 위하여 거세게 도전하고 방법론을 설파하는 점이다"고 말한다.
국가개조론의 핵심은 도(道)가 물 흐르듯이 실현되고 성인이 이끄는 세상에서 백성들은 격양가를 부르며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여기서 도는 삼강오륜을 벼리로 하며 착한 인간본성의 결정체로, 도가 공동체 곳곳에서 실현되고 사농공상 모든 구성원들이 각자 역할을 다하면 이상세계가 실현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세계 실현엔 성인·현인의 역할이 중요한데, 류화 선생은 유학에서 고대에 이상세계를 실현했다고 하는 요순우탕문왕(堯舜禹湯文王)과 공자, 맹자 그리고 율곡, 성혼 등의 철학을 그 방편으로 제시한다. 아울러 김집과 송준길, 송시열 등의 철학과 당시 공직에서 만난 유학자들의 철학도 공유한다. "성인이 일어나니 만물이 분별되도다!"고 주역의 뜻을 풀이한 것도 성현에 의한 정치의 필요성을 역설하기 위함이었다.
380여 년만에 빛을 본 책이라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현대적 관점에서 류화 선생의 사상과 철학을 이해하고 요즘말로 번역하려고 애쓴 편역자 덕분에 책장 넘기기가 한결 수월하다.
제1권 328쪽 2만 원 | 제2권 287쪽 2만 원 | 제3권 443쪽 3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