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은 원내에서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친박(친박근혜)계 청산과 보수통합 논의 등 산적한 내부 문제는 투쟁력을 모으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감에 정상적으로 복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공개 모두발언을 통해 의원들에게 "국감 재개를 선언하고 국감에 들어가서 강력한 원내투쟁을 통해 우리의 주장을 관철하고, 한편으로는 대여투쟁의 강도를 높이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후 비공개 의총에서는 찬반 의견 대립이 있었지만 참석 의원들은 원내지도부의 손을 들어줬다.
결과적으로는 환영받지 못했던 '보이콧'이었다.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여타 야당은 이에 부정적이었고 동참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주말이 끼면서 실질적으로 감사를 거부한 것은 이틀, 그리고 상황 변화는 없었다. 결국 '빈손 회군'이었다.
지난 9월 초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에 항의하며 일주일간 국회 보이콧을 진행했을 때와 상황은 비슷하다. 당시에는 '국민보고대회' 등 장외투쟁까지 벌였지만, 여론의 부담과 명분 부족 등을 이유로 투쟁을 접었다.
국감이 끝나면 국회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돌입한다. 2018년 예산안 심사에서 각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및 당 주요 정책을 위한 예산확보를 위해서는 국회 의사일정에 참여해야만 한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11월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7~8일) 등을 감안하면 보이콧을 유지하기 어려운 시점이다. 보이콧 철회 결정은 이 같은 여건을 고려한 결과인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상 두 번의 '투쟁 실패'로 당 원내지도부는 전략 부재를 드러낸 셈이 됐다. 야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김수민 국민의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애초에 방문진 이사 선임 문제로 국감을 보이콧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고, 박정하 바른정당 수석대변인은 "얼마 전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고 슬그머니 복귀할 때와 마찬가지로 그들만의 리그"라고 비난했다.
정 원내대표 역시 이를 의식한 듯 "야당이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최소한의 조치가 국감 중단"이라며 "무엇을 얻어내고 가져가는 기존의 (투쟁) 방식을 택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대여투쟁은 강도를 높이겠다"며 언론 모니터링 기능 강화 및 필요시 언론사 항의방문 등의 계획을 밝혔다. 이날부터 한국당 의원들은 '공영방송이 사망하고 있다'는 표시로 검정 넥타이의 상복 차림을 하고, 국감장 노트북에 '민주주의 유린, 방송장악 저지'라는 종이를 부착키로 했다.
하지만 한국당은 당장 다음달 3일 열리는 최고위원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당 문제를 결정해야 한다. 당내 인적청산이라는 뇌관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자진탈당 권고를 받은 서청원 의원과 홍준표 대표 간 신경전은 지속되고, 보수통합 논의도 이와 맞물린 상황에서 소위 '강도 높은' 투쟁을 끌고가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