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 전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서 북한을 방문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갈 것이다"라고 답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간에 도발적 발언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 나 역시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며 "그들(북한)은 정권 유지를 원하기 때문에 무슨 일을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은 아버지 김정일에 비해 더 예측이 어려워서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에 대해서도 "과대평가"라고 지적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 특히 김정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몹시 과대평가하고 있다"며 "내가 아는 한 김정은은 지금까지 한 번도 중국에 가본 적이 없다. 그들(김정은과 중국)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대통령이었던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장례식에서 현 정부의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만약 내가 필요하다면 (북한을 방문)할 수 있다(available)고 (방북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8일에는 미국 내 대북 소식통인 박한식 조지아대 명예교수와 만나 워싱턴 포스트에 특사 파견을 강조하는 기고를 하고, 박 교수를 통해 북한에도 방북 의사를 전달해 놓았다.
그가 19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 자신의 방북으로 북핵 동결과 남북 정상회담을 끌어낸 경험을 통해 다시 한번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고 싶다는 뜻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의 반응은 여전히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처음 카터 전 대통령이 북핵 위기 해결을 위한 방북 의사를 타진한 데 대해 미 정부는 "방북하더라도 미국 정부 대표 자격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당시 히더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카터 전 대통령이 방북하기 위해서는) 확실히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며 "만약 가게 된다면 미국 정부의 환송을 받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대표 자격이 아니라는 것이다. 방북 허용 여부에 대해서도 "미리 예단하고 싶지 않고, 확신하지 못한다"면서 "최종 결정은 내 소관을 넘어선 것"이라며 답을 피한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북핵 협상의 물꼬를 마련한 바 있는 카터 전 대통령이 현 북한과 미국 간 '선제적' 무력시위가 대화의 일상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일의 활용 가능한 '카드'라는 분석이 나온다.
카터 전 대통령은 미국이 평안북도 영변의 핵시설을 정밀 타격하려는 계획을 세우면서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4년 6월, 판문점을 통해 북한을 전격 방문해 김일성 주석을 만났다. 방문은 개인 자격이었지만 김 주석과의 논의 내용이 클린턴 당시 대통령에게 바로 전해졌고 극적 합의가 이뤄질 수 있었다.
그의 방북은 북한이 플루토늄 생산 등의 핵 활동을 중단하는 대신 국제사회가 경수로를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북·미 제네바합의(94년 10월)로 이어졌다. 미 정부는 정부 대표 자격을 부여하지 않았지만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등 예우를 갖췄다.
카터 전 대통령은 또 2012년 2차 방북에서는 억류 미국인의 사면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93세의 노인이지만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역할을 하겠다는 카터 전 대통령의 의지는 분명하다.
하지만 현재로선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특사 카드를 활용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북한과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며 대북 압박을 계속했다. 그는 "북한 문제에 관해 말하자면 우리는 믿기지 않을 만큼 잘 준비돼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