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국 34개 항만에서 '살인 개미'로 불리는 붉은 불개미에 대해 조사한 결과, 추가로 발견된 개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근 부산항 감만부두에서 발견된 붉은 불개미의 경우, 미국에 분포하는 개체군과 동일한 유형으로 추정된다는 역학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에 따라 검역본부는 부산항 감만부두에서 발견된 지점으로부터 반경 100m 이내 컨테이너를 전량 소독한 후 반출할 계획이다.
이외에는 10일 정오부터 소독절차 없이 반출을 허용키로 했다. 발견장소 반경 100m 이내 컨테이너 적재 장소에 대해서는 19일까지 소독 등 추가 조치와 함께 매일 정밀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검역본부는 지난달 28일 발견된 붉은 불개미에 대한 유전자 분석 결과, 미국에 분포하는 붉은 불개미 개체군과 동일한 모계(母系)의 유전자형을 가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박봉균 검역본부장은 "제3국에도 동일한 유전형이 분포할 가능성과 미국에 분포하는 개체군이 다른 나라를 거쳐 유입될 가능성도 있어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검역본부가 붉은 불개미가 발견된 부산항 감만부두 4E 블록에 5∼9월 반입된 컨테이너 현황을 분석한 결과, 중국·일본·대만·미국·호주·말레이시아 등 6개 국가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60% 이상은 중국에서 들어온 컨테이너였다.
박 본부장은 "불개미의 원산지는 미국이지만 중국이나 호주, 일본 등으로 확산됐다. 해당 지역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독특한 유전자 변이가 생겨난다"며 "변이 분석을 해봐야 어디에서 유래했는지를 밝혀낼 수 있다"고 말했다.
모계가 미국이라고 해서 미국이 근원지라고 지목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정부는 향후 최소 2년간 부두 전체에 대한 예찰조사를 하고, 균열지 충전과 잡초 제거 등을 진행할 방침이다. 전국 34개 주요 항만에 대해서도 주 2회 이상 예찰 조사를 계속 시행한다.
그 일환으로 식물방역법의 검역대상 품목을 목재가구, 폐지 등으로 확대해 12월 3일부터 시행한다.
붉은 불개미 분포국가 중 우리나라와 교역량이 많은 중국·일본 등의 수입물품에 대해서는 검사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다.
박 본부장은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야외활동 시 개미 등 곤충에 물리지 않도록 긴 옷을 입고 장갑을 착용해야 한다. 또 바지를 양말이나 신발 속에 집어넣고, 곤충기피제(DEET 등 포함)를 옷이나 신발에 사용해달라"며 "개미에 물리거나 벌에 쏘인 후 이상 증상이 생기면 즉시 병원 응급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붉은 불개미가 최초 발견지인 부산항만을 벗어나면 방역 조치 관련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황주홍 의원에 따르면 외래생물 조치와 관련해 항만 내에서는 검역본부가, 항만 외 지역에서는 환경부가 관리한다.
검역본부는 '농림축산검역본부예규'에 따라 항만 및 공항지역에서 예찰 도중 병해충을 발견한 경우, 병해충을 신고하고 긴급방제를 실시할 수 있다.
환경부의 경우, 외국에서 유입되는 외래생물을 '생태계교란생물'과 '위해우려종'으로 구분해 관리한다.
황 의원은 "위해우려종의 경우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긴급 방제조치 등을 취할 수 있지만, 붉은 불개미는 현재 위해우려종으로 지정되지 않고 있다"며 "항만 밖에서 붉은 불개미가 발견돼도 사실상 법적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환경부가 항만을 벗어난 지역의 위해충을 담당하는 만큼, 항만 밖에서 발견돼도 철저하게 박멸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