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종구 위원장은 전달 주요 자산운용사 대표와 가진 간담회에서 이런 지적을 내놓았다.
업계에서도 투자자 신뢰를 높여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모두 동의한다. 상당수 펀드 투자자가 낮은 수익률에 불만인 것도 사실이다. 부실 운용사를 과감히 퇴출시키겠다는 계획도 업계가 공감하는 부분이다.
그렇지만 운용사가 자기 배만 불렸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불만이 나온다.
운용업계는 억울할 수 있다. 운용사보다 판매사가 더 많은 보수를 챙기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의 종합통계시스템을 보면, 10년 전인 2006년 말 기준으로 전체 펀드 보수 중 운용사는 0.407%를 받았다. 반면 판매사는 운용사의 두 배인 0.836%를 챙겼다.
2010년 말에는 운용사와 판매사의 보수 비중이 각각 0.471%와 0.673%로, 격차가 다소 줄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0.270%와 0.354%로 격차가 더 좁혀졌지만, 여전히 판매사가 더 많은 보수를 챙기고 있다.
펀드 판매사인 은행이나 증권사 등이 챙기는 수수료가 더 많은데도, 운용사가 제 배만 불렸다는 지적을 받은 거다. 펀드 판매에 있어선 은행이 절대 권력을 누리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이 팔아주지 않는다면, 좋은 펀드를 내놓아도 덩치를 키우기 어렵다.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은 2008년 설립 후 펀드를 직접 판매했었다. 그렇지만 2013년 말부터 직접판매 고집을 접고 은행을 통한 판매를 시작했다. 은행 도움없이 펀드를 성장시키는 데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한 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펀드 판매사에 비하면 정작 운용사는 떡고물 정도 받아 먹는다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이른바 '은행 공화국'에서 벗어나도록 유통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도 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은행은 단기적으로 주목받는 펀드만 집중적으로 판매하고, 수익이 날 경우 다른 펀드로 갈아탈 것을 권하기도 한다"며 "이런 펀드 판매 관행은 수익률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장기투자 문화를 가로막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군다나 펀드슈퍼마켓을 통해 판매하는 펀드는 은행에서 외면하는 경우도 많다"며 "진정으로 운용업계와 펀드를 성장시키기 위해선 유통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