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는 불교신자가 90%에 이른다. 이런 불교국가에서 수니파 이슬람교인 로힝야족은 늘 이방인이었다. 외모도 아랍인과 닮은 데가 많고 언어도 버마어와 함께 아랍어 어휘가 뒤섞여 있다.
미얀마인들은 로힝야족이 영국 식민 지배 시절 방글라데시에 살던 무슬림들이 미얀마로 몰래 건너와 불법 이주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로힝야족은 자신들의 조상이 7세기 미얀마 라카인주에 정착한 아랍계 무슬림 상인이라고 주장한다.
최근 이 아랍계 민족이 큰 수난을 겪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박해받는 민족’, ‘세계에서 가장 환영받지 못하는 민족’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미얀마 정부의 탄압을 받고 있다고 외친다. 현재 110만 명의 인구 중 미얀마를 탈출한 로힝야족 난민은 약 43만 명에 달한다.
로힝야족이 세계에서 가장 박해받는 민족이 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이들이 미얀마에서 국민으로조차 인정받지 못하는데 있다. 미얀마 정부는 이들을 방글라데시에서 온 불법이주자라는 뜻이 담긴 ‘벵갈리’라고 부른다. 분명 '로힝야'라는 고유명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 시작은 1962년 군부 쿠데타로 집권한 네윈 정권이 다수 불교도 위주의 정책을 펼치면서 본격화됐다. 네윈 정권은 1982년 시민권법 개정을 통해 “1823년 이전부터 해당 지역에 거주하였음을 입증한 소수민족에게만 국적을 부여한다”는 내용으로 로힝야족에게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았다. 나라에서 국민으로 인정받지 못한 로힝야족은 교육, 노동 등 모든 권리를 박탈당한 채 빈곤에 시달렸다.
미얀마 정부는 왜 로힝야족을 자국민으로 인정하지 않았을까? 그 원인은 크게 역사와 종교 두 가지 측면에서 추측이 가능하다.
첫째, 역사적 굴욕. 19세기경 당시 영국은 미얀마를 식민지배하면서 미얀마를 쌀 생산 기지로 전락시켰다. 영국은 미얀마인들의 농경지를 몰수해 농장을 만들고 로힝야족을 준 지배계층으로 앞세워 미얀마인들을 착취했다. 극심한 핍박에 시달린 미얀마인들은 자신들의 땅에서 주인행세를 하는 이(異)민족을 적대하게 됐다. 로힝야족이 미얀마인의 공공의 적이 된 건 이때부터였다.
둘째, 종교적 부조화. 1948년 미얀마가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한 후, 로힝야족에게 시민권을 주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그들 대부분이 ‘수니파 무슬림’이라는데 있다. 인종주의 성격이 강해 미얀마 국교인 불교와 융화가 쉽지 않은데다가 라카인 지역 주민들은 로힝야족이 무슬림 특유의 높은 출산율을 바탕으로 세를 불려 지역을 이슬람화 한다는 두려움도 갖고 있다.
2014년에는 로힝야족 무장세력이 미얀마 국경 경찰 4명을 살해한 사건이 있었고 지난달 25일에는 경찰초소 30여 곳을 동시다발로 습격했다. 이후 토벌작전에 나선 미얀마 군경이 반군과 교전을 벌이면서 10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한편 지난 13일에는 유엔 안보리가 미얀마 사태를 규탄하는 공식성명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성명은 로힝야족에 대한 폭력을 중단하고 법과 질서를 재확립할 것을 요구했다. 유엔과 산하 인권단체는 미얀마 정부군이 토벌과정에서 로힝야족 민간인을 학살하고 성폭행, 고문 등을 일삼으며 일종 ‘인종청소’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