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민심을 잡아라.” 최장 10일간의 추석 연휴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밥상머리 이슈 선점을 둘러싼 여야의 기 싸움이 이번 주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다.
추석 민심은 각 세대와 지역, 직업적 계층이 짧은 기간 소통하는 ‘민심의 용광로’다. 메시지 선점 지략대결에서 이기는 쪽이 민심의 밴드왜건(bandwagon·편승) 효과를 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총·대선 및 지방선거를 앞두고 추석 민심이 정국 주도권 향배의 1차 분수령으로 불리는 이유다.
◆추석 앞두고 文대통령 지지율 하락세···60% 지지선
25일 정치권과 정치전문가들에 따르면 올해 추석 밥상머리의 3대 이슈는 △북핵 위기 등 안보 리스크 △대내외적 경제 리스크 △공공개혁 리스크 등이다. 이번 추석의 백미는 민심과의 ‘허니문’(honeymoon)을 끝낸 문 대통령의 안보·경제 리더십에 대한 1차 평가인 셈이다.
정치적 상황은 ‘먹구름’이다. 고공행진 지지율을 기록하던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하락세다. 이날 공표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의 9월 3주차(지난 18일∼22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9%포인트·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주간집계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65.6%에 그쳤다. 8월 넷째 주 73.9%를 기점으로 한 달 동안 ‘73.1%→69.1%→67.1%’ 등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북한의 제6차 핵실험 이후 중도·보수층 이탈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일부 진보 지지층도 등을 돌렸다. ‘리얼미터’의 이번 조사에서도 호남에서 9%포인트(86.0%→77.0%)나 빠졌다.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미국 국방부는 지난 23일(현지시각) ‘죽음의 백조’인 B-1B 랜서 폭격기 등을 통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서는 무력시위를 감행했다. 미국의 단독적인 군사옵션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한반도의 운명이 북·미 손에 들어간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신(新) 베를린 구상 이상의 대북 정책을 내놓을지에 따라 민심의 판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3대 리스크 극복 못하면 ‘추석 트라우마’ 불가피
안보 리스크에서 촉발한 대내외적 경제 리스크도 변수다. 트럼프발(發) 청구서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비롯해 미국산 무기 수출 및 방위비 분담금 인상,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따른 중국 경제 보복 등은 국내 경제를 뒤흔들 중대한 요소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경제 선행지수인 ‘코스피’(KOSPI)가 연일 고점 돌파에 나서기도 했지만, 국내 경제는 매월 ‘4월 위기설이니 6월 위기설이니’ 하는 설에 휩싸일 만큼 구조적 요인이 일상화됐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인 2010년부터는 3% 이하의 구조적 저성장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신(新) 산업 육성 등이 정부의 재정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것도 저성장과 무관치 않다. 정부도 1호 정책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긴급 편성했다. 이른바 ‘재정 중독’ 논란까지 덮쳤다.
박근혜 정부 3년차(2015년) 추석민심의 최대 화두였던 공공부문 개혁 리스크도 밥상머리 이슈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저성과자 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를 골자로 하는 양대 지침을 공식 폐기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 노동개혁의 핵심 중 핵심이었다.
문 대통령이 안보·민생 시험대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추석 트라우마’의 덫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집권 1년차(2013년)와 2년차(2014년) 때 ‘국가정보원(국정원) 댓글 의혹’과 ‘세월호 참사’ 이슈에 직격탄을 맞았던 박 전 대통령은 추석 전후 지지율이 하락하거나 횡보 국면에 빠졌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이날 통화에서 “추석은 각 계층이 뒤섞이는 ‘민심의 도가니탕’이다. 야당이 추석을 기점으로 지지율을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모든 이슈는 문 대통령으로 쏠릴 것”이라며 “추석 이후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느냐, 유지하느냐가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