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하한담冬夏閑談, 함원칼럼] 不次擢用 以責成效(불차탁용 이책성효) - 승진 차례에 얽매이지 않고 발탁 등용해 책임지고 일을 이루게 한다

2017-09-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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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하한담 冬夏閑談]

不次擢用 以責成效(불차탁용 이책성효)
- 승진 차례에 얽매이지 않고 발탁 등용해 책임지고 일을 이루게 한다
서함원(徐含園·전통문화연구회 상임이사)

5년 마다 새로 들어서는 정권은 인사(人事)로 그 색깔과 향방이 결정된다. 최고 책임자가 어떤 사람을 기용하느냐에 따라 그 정권의 성격, 성패가 결정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인사에서 많은 문제를 드러냈다. "정말 잘된 인사"라는 평가를 받을 만한 사람을 찾아 볼 수 없고 대통령을 빛내줄 슈퍼 스타도 없다.

그런 문재인 정부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은 가히 '불차탁용(不次擢用)‘의 파격 인사여서 크게 주목된다.

<<세종실록> 재위 12년 12월 27일>에 이런 기록이 있다.

[若其可用之才면 不次擢用이 何如오?]

[약기가용지재면 불차탁용이 하여오?]

풀어보면 만약(若) 그(其)가 등용해 쓸만한(可用) 인재(才)라면 차례(次)나 승진 서열에 얽매이지 말고 발탁(擢)하고 등용(用)해서 씀이 어떠하겠는가(何如)라는 뜻이다.
이는 세종이 말한 것이다. 세종은 천민 신분의 장영실을 종3품 대호군(大護軍)까지 승진시켰고, 아전 출신 이예를 재상급인 동지중추원사(종2품)로 발탁했다.

세종의 불차탁용 리더십이 빛난 것은 임진왜란 발발 전 이순신의 파격 기용이었다. 왜란 당시 명재상 유성용(柳成龍)은 전후 남긴 <징비록(懲毖錄)>에서 "내가 장수될만한 인재로 이순신을 천거했더니, 정읍(井邑) 현감(지금 시장)에서 차례를 몇 개나 뛰어 넘어 수사(水使, 전라좌수사, 남해안 바다를 총책임진 해군사령관)로 임명되었다"고 기록했다.

정읍 현감은 종6품이었고 전라좌수사는 정3품 당상관이다. 무려 7단계를 뛰어넘었다. 왜구가 침략하자 먼지를 뒤집어 쓰고 의주까지 피난했고 중국으로 망명?하려 했던 선조도 知人之鑑(지인지감,사람을 알아보는 식견)이 있어 다행스럽게 왜란 전에 이순신 발탁을 결재한 셈이다. 류성룡은 '초배수사(超拜水使)'(단계를 뛰어넘어 수사로 임명했다)라고 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임명에 '공포'를 느낀 쪽은 "춘천경찰서장을 경찰청장에 임명한 꼴" "베네수엘라처럼 망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세종대왕이나 류성룡이 들었다면 혀를 찰 소리다.
불차탁용은 그 뒤 "이책성효(以責成效)"를 위한 것이다. 파격 인사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뽑힌 인재가 책임지고 성과를 이루도록 하기 위함이다. 어떤 성과를 이룰지 이제 지켜볼 일이다.

사법개혁은 모든 개혁의 출발점이다. “사법개혁 없는 개혁은 허사"임을 우리 국민들은 70여년 짧지 않은 헌정, 특히 최근 탄핵 정국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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