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하한담冬夏閑談, 서함원徐含園칼럼] 현대 중국의 00族(족)들

2017-09-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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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하한담冬夏閑談]


현대 중국의 00族(족)들
서함원(徐含園·전통문화연구회 상임이사)

현대 중국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표현하는 단어들이 있다.
그 첫 번째는 둬서우(刴手, 간체자로는 剁手, duòshǒu)라는 표현. '자를 타(刴)'에 '손 수(手)'자를 쓴다. 직역하면 '손을 자른다'는 뜻인데 요즘 중국에선 손을 잘라버리고 싶을 정도로 쇼핑에 돈을 너무 많이 쓴 것을 자책하는 용어로 쓰인다. 실제로 중국에선 너도 나도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이를 이용한 모바일 쇼핑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017년 2분기에는 드디어 ‘하루 평균 택배물량 1억건 시대’가 열리기까지 했다.
둬서우의 유래는 무협소설가 김용의 <사조영웅전>에 등장하는 '북개 홍칠공(北丐大侠洪七公)'이라고 전해진다. 홍칠공은 식탐이 강했던 인물인데, 한 번은 음식을 탐내다 일을 크게 그르치고 말았다. 그러자 그는 오른손의 검지(食指)를 잘라 다시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 맹세했다. 즉, 지금의 ‘둬서우’는 먹을 것에 대한 집착에서 쇼핑에 대한 집착으로 의미가 확대된 것이다.
쉬안스주(炫食族, xuànshízú)라는 말도 있다. 현(炫)은 '드러내다', '과시한다'는 의미이고 식(食)은 음식. 음식을 먹기 전 ‘인증샷’을 찍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 역시도 스마트폰이 바꿔놓은 식탁 풍경이다. 다들 먹기 전 젓가락 대신 휴대전화를 들고 사진을 찍으니 말이다.
띠터우주(低頭族, 간체자로 低头族, dītóuzú) 역시 스마트폰이 낳은 신조어. 말 그대로 머리를 숙이고 다니는 무리. 즉, 스마트폰만 쳐다보느라 고개를 숙인 사람들을 말한다. 2016년말 기준 중국의 인터넷 인구는 7억3100만 명에 달하며 이들은 대부분 스마트폰을 통해 인터넷을 이용한다.
최근 한국에서도 유행한 욜로족(You only live once, 삶을 즐기려는 태도를 지닌 이들을 지칭)처럼 중국에서도 그때 그때 월급을 써버리며 생활을 누리려는 이들이 있다. 웨광주(月光族, yuèguāngzú)가 그런 예다. 한자 광(光)에는 빛이란 뜻 외에도 중국에서는 ‘다 써버린다’는 의미가 있다. 그래서 월광족이라고 하면 월급을 한 푼도 저축하지 않고 모두 써버리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청년실업이 장기화된 한국의 상황처럼, 중국의 청춘들을 표현하는 단어도 있다. 라이샤오주(賴校族, 간체자로는 赖校族, làixiàozú)가 이를 대변한다. 의지할 뢰(賴)에 학교 교(校)를 쓴다. ‘학교에 의지해 계속 머물러 있는 사람’이란 뜻이다. 중국에서는 매년 대졸자들이 750만명 가량 쏟아진다. 그러나 맞춤한 일자리는 구하기 쉽지 않다. 졸업 후 취직에 실패한 뒤 계속 학교에 남아 석사,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들을 부를 때 쓰는 표현인 '라이샤오주', 한국 역시도 '동병상련'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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