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이념 편향 논란에 휩싸인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국회로부터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업위)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에서 홍익표 간사를 제외한 여당 의원 전원이 퇴장한 가운데 ‘박성진 부적격’ 의견의 보고서를 채택했다. 사안마다 충돌하던 여야가 ‘박성진 불가’를 놓고 사실상 공조행보에 나섰지만 최종 채택 과정에서는 여당 의원들이 집단 퇴장했다. 여야 합의의 ‘부적격’ 의견 채택은 피했지만, 여당 내부적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았다.
박 후보자 거취와 관계없이 가까스로 끼운 문재인 정부 1기 내각의 ‘마지막 퍼즐’이 정국의 독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향후 청와대 인사시스템 논란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文대통령 임명 강행 땐··· 與與 및 對野 갈등 수위↑
박 후보자 거취를 둘러싼 시나리오는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 강행 △문 대통령 임명 철회 △박 후보자 자진 사퇴 등으로 나뉜다. 어떤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든 정국 파장은 불가피하다.
청와대에 가장 큰 부담은 ‘임명 강행’이다. 임명동의안 표결 대상이 아닌 중기부 장관의 국회 소관 상임위 ‘부적격’ 보고서 채택은 강제성이 없다. 인사권을 가진 대통령이 뜻에 달렸다는 얘기다. 직전 정부 때도 야권은 김재수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부적격 보고서’ 채택 및 ‘해임결의안’을 의결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해외순방 중 ‘전자결재’를 통해 임명을 강행했다.
문제는 ‘박성진 비토’는 정부 출범 이후 여당 묵인 하에 이뤄진 첫 번째 사례라는 점이다. 그만큼 여당 내부에서도 ‘박성진 불가론’이 대세다. 청와대가 이를 무시하고 임명을 강행한다면, 당·청 갈등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국회 산자위 소속 여야 위원들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박성진 비토 이유로 △자질 부족 △업무능력 의심 △책임성 결여 등을 꼽았다. 장병완 산업위원장은 “민주당에서도 박 후보자가 부적격이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야권은 박 후보자 거취와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 등의 사퇴 문제를 연계한 상태다. 이른바 ‘패키지 작전’이다.
친문(친문재인)계인 전해철 민주당 의원은 이날 “박 후보자와 류 처장은 김 후보자의 협상 카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야 3당(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이 ‘김명수 임명동의안’ 표결을 고리로 ‘제2의 김이수 사태’ 만들기에 나설 경우 당·청 동력은 급격히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與 시간벌기, 임명철회 명분··· 朴결단 가능성도
국회의 ‘부적격’ 철퇴로 공을 안은 청와대는 당분간 여론추이를 살펴보면서 박 후보자 거취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박 후보자가 자진 사퇴 뜻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진퇴양난’에 빠진 모양새다. 계륵으로 전락한 박 후보자 거취 문제로 국회가 공전할 경우 예산안 및 세법 개정안, 부동산 입법안, 권력기관 개혁안 등이 물거품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임명 철회’ 카드를 택할 수도 있다. 정치적 부담이 걸림돌이지만, ‘박성진 철회’를 계기로 김명수 임명동의안을 비롯해 개혁 입법안 등에서 반전 모멘텀을 확보할 수도 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국회가 ‘부적격’ 보고서를 채택, 청와대도 임명 강행의 명분이 없어진 상황으로, 시간 벌기를 통한 임명 철회로 ‘김명수 지키기’에 나설 것”이라며 ”이 기회에 청와대 인사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가능성은 박 후보자의 자진 사퇴다. 당·청은 물론 정치권에서 ‘철퇴’를 맞은 만큼, 박 후보자 역시 적지 않은 정치적 부담을 안을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자가 사퇴하면,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숨통을 트여주는 한편, 대치 정국의 톤도 한층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국회는 산업위에서 채택한 부적격 보고서를 14일 청와대에 송부할 예정이다. 김영수 국회 대변인은 “규정상으로는 18일까지 청문보고서를 청와대에 송부할 수 있지만, 청문보고서 채택 이튿날 송부해온 통상 관례에 따라 내일(14일) 송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