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지주사 출범 후도 ‘가시밭길’…핵심 ‘호텔 상장’ 쉽지않다

2017-09-08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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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롯데, 주요 계열사 80여개 지분 보유…장악 실패 땐 신동빈 회장 ‘반쪽 리더’ 그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롯데그룹 경영비리' 관련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7.9.6 [연합뉴스]


‘롯데지주 주식회사(롯데지주)’ 출범은 신동빈 회장의 그룹 내 ‘원 리더’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한 수순이다. 지난달 29일 롯데제과·칠성음료·쇼핑·푸드 등 4개사의 분할·합병안이 주주총회를 통과, 롯데제과의 투자회사를 중심으로 한 롯데지주가 내달 1일 출범을 앞두고 있다.

이번 롯데지주 출범으로 순환출자 고리는 과거 416개에서 18개까지 대폭 줄어들게 된다. 롯데지주 신임 공동대표에는 신 회장 본인과 그룹의 2인자인 황각규 경영혁신실장(사장)이 나란히 이름을 올린다.
이로써 2015년 7월 촉발된 이른바 ‘형제의 난’ 이후 실추된 이미지 쇄신과 투명경영을 위해 신 회장이 공언한 ‘롯데그룹의 지주사 체체 전환’과 ‘호텔롯데 상장’ 중 첫 번째 미션은 완성됐다.

◆호텔롯데, 상장 못하면 신동빈 ‘반쪽 리더’

호텔롯데는 그룹의 최대 ‘캐시카우’ 롯데케미칼의 최대 주주인 롯데물산 등 주요 계열사 80여개의 지분을 보유한 사실상의 지주사다. 때문에 롯데지주의 출범과 별개로, 신 회장은 호텔롯데의 지분을 끌어올려 롯데케미칼 등 계열사 곳곳에 지배력을 키워야 하는 숙제가 있다.

전문가들은 호텔롯데를 장악하지 못하면 그룹의 돈줄이 막힌 셈이라 ‘반쪽 리더’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롯데홀딩스·광윤사·L투자회사 등 일본 주주들이 호텔롯데 지분의 절대 다수(99.3%)를 보유하고 있어, ‘일본 기업’ 딱지를 떼야 하는 것도 신 회장에겐 부담이다.

이에 롯데는 호텔롯데 기업공개(IPO)를 통해 호텔롯데의 일본 측 지분율을 60%대까지 낮추고 나머지 40%를 신 회장 측이 보유, 롯데지주와 호텔롯데의 지주사 간 통합을 추진해 그룹을 완전히 장악하겠다는 전략이다.

결국 롯데그룹에 대한 일본롯데의 영향력을 낮추고, 신 회장의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 확보의 궁극적 해법은 ‘호텔롯데 상장’을 통한 지분 확대인 것이다.

◆호텔롯데 상장 변수는 신 회장의 재판·롯데면세점 위기

그러나 호텔롯데 상장을 향한 길은 꽤나 멀어 보인다. 첫 번째 걸림돌은 신 회장의 ‘도덕성’이다. 신 회장은 현재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 뇌물죄 혐의와 그룹의 경영 비리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현재 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대표이사가 횡령 등 회계상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3년간 상장이 제한된다. 이로 인해 업계는 신 회장 재판이 종결되는 2~3년 뒤에나 상장에 시동이 걸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현재 호텔롯데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것도 문제다. 호텔롯데의 자금 효자 노릇을 해온 롯데면세점이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최대 위기에 있기 때문이다. 호텔롯데가 면세 사업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지난 2분기 적자(298억원)를 냈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면세점의 위기가 계속되면 호텔롯데의 상장 또한 기약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신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일으켜온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도 호텔롯데 상장에 있어 숨은 변수다. 신 전 부회장은 그동안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핵심 자문을 해온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과 결별, 신 회장과 화해 무드가 조심스레 감지된다. 그러나 호텔롯데 상장이 본격화되면, 자신의 지분이 큰 광윤사 등 일본 주주들을 앞세워 또다시 제동을 걸 가능성이 크다. 신 전 부회장은 이번 롯데제과 등 4개사 분할합병안에도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내달 롯데지주 출범을 앞두고 호텔롯데 상장을 거론하기엔 이른 감이 없지 않다”면서 “다만 호텔롯데 상장은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투명성 강화를 위해 신동빈 회장이 공언한 일인 만큼 신중히 준비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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