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가 이마트에 이어 중국 철수를 결정한 배경은 표면적으로는 적자 누적을 우려해서다. 그러나 더 깊은 배경은 롯데쇼핑(백화점·마트 등)의 기업가치 회복이 주요 배경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지주 출범’에 속도를 내고 있는 신동빈 회장이 롯데마트의 중국 철수를 결정, 그동안 저평가된 롯데쇼핑(백화점·마트 등)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우군으로 삼으려 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롯데그룹은 중국 사업 철수를 막기 위해 롯데마트에 올해만 7000억원의 긴급 자금을 수혈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사드 추가 배치로 한·중관계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고, 롯데쇼핑의 수익구조에 우려가 커지면서 결국 사업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의 자금 수혈을 중단함에 따라 롯데쇼핑의 경영 정상화에는 청신호가 켜졌다. 증권업계에서도 롯데마트의 중국 철수로 롯데쇼핑의 기업가치가 제고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롯데그룹은 롯데마트를 타 기업에 매각해 손실을 보전할 예정이라 롯데쇼핑의 수익구조 정상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다만, 매각에 마음이 급한 곳이 롯데인 터라 ‘헐값 매각’ 가능성이 큰 것은 향후 기업정상화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어쨌든 롯데쇼핑이 중국 롯데마트의 부실을 걷어내면, 신동빈 회장으로선 롯데지주에 대한 지배력을 키울 수 있게 된다. 신 회장은 롯데쇼핑 등 4개 계열사와의 지분스와프(지분교환)를 통해 지배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롯데마트 매각에 따른 롯데쇼핑의 정상화로, 지분스와프 이전에 롯데쇼핑 사업회사의 주가가 20% 상승할 경우, 신 회장의 지분율은 2.07%포인트 상승, 최대 27%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지주에 예속될 4개 계열사 가운데 롯데쇼핑의 주가 상승에 따른 지분율 상승효과가 크다”면서 “롯데가 중국 롯데마트 매각을 서두르는 것은 지주사 출범과 연관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이마트가 중국에서 철수하는 표면적 이유는 수익성 악화이나 탈중국을 통한 동남아 시장 선점이 더 큰 이유다.
1997년 상하이 1호점을 내며 한때 100개 출점을 목표로 세웠던 정용진 부회장의 ‘차이나 드림’은 2011년부터 꺾이기 시작했다. 2010년 26개에 달했던 매장은 지난해 7개로 줄었고, 현재는 6개만 남았다.
매장을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맸지만 손실은 쉽게 줄어들지 않았다. 지난해 228억원 영업 손실을 기록해 2015년(351억원 손실)보다는 다소 개선됐지만, 흑자 전환은 요원했다. 올해 1분기도 43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 현재 태국 CP그룹과 5개 매장 매각 협상을 서두르고 있다. 나머지 1개점(화차오점)도 서둘러 매각할 방침이다.
이마트는 중국을 떠나는 대신 동남아 출점에는 가속도를 내고 있다.
2015년 12월 베트남 고밥점을 시작으로 지난해 7월 문을 연 몽골 1호점에 이어 올 10월 몽골 울란바토르에 2호점을 낼 예정이다. 2019년에는 베트남 2호점인 호찌민점을 오픈할 계획이다. 또 캄보디아에도 현지 재벌기업인 로열그룹과 MOU를 맺고 2019년 1분기 매장을 열 계획이다.(본지 8월 3일자 단독 기사 참조)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지난달 24일 스타필드 고양 개장식에서 “(연내 철수가 결정된) 중국을 대체할 시장으로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등 다수 국가들을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상반기쯤 이마트 해외진출과 관련해 깜짝 놀랄만한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공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