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의 통상임금 소송 패소로 한국 제조업의 근간인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 국내 車산업,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 12.2%...'세계 최고'
생산량은 지난해 인도에 추월당해 세계 6위로 내려앉았다. 특히 세계 8대 자동차 생산국 중 유일하게 2년 연속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대·기아차는 사드 후폭풍으로 올들어 중국 시장 판매량이 반토막이 났다. 견고한 판매량을 기록했던 미국에서도 통상압력으로 주춤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몇년새 기아차의 영업이익률은 추락하고 있다. 2014년 5.5% 수준이던 영업이익률은 올 상반기 3.0%까지 곤두박질쳤다.
한국GM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한국 시장 철수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등 신기술 도입과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면 국내 자동차 업계는 ‘고비용·저효율’ 생산체제가 고착화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안근배 한국무역협회 무역정책지원본부장은 “우리 자동차 산업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이 12.2%로 폭스바겐(9.5%), 도요타(7.8%)를 상회하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유지수 국민대 총장은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자동차 산업을 반드시 살려야 하는데 되레 인건비 상승, 잦은 파업 등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쪽으로 가고 있다”며 “잘 쌓아 놓은 성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으로 전체 부품업계까지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만 연세대 교수는 “유수의 글로벌 브랜드가 원가절감 정책을 펼치는데, 현대기아차는 통상임금에 발목이 잡혀서 연구개발(R&D) 외의 비용이 계속 나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자동차 산업의 위기는 곧 국가 경제의 위기로 직결될 수 있다. 국내 자동차 산업은 수출의 13.4%, 고용의 11.8%를 담당하고 있다.
특히 국내 자동차 생산의 3분의 1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기아차의 위기는 곧바로 5400여개 1·2·3차 협력사로 이어진다.
신달석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기아차에 대금지급 의존도가 높은 1차 협력 부품업체들은 자금회수에 지장이 발생, 유동성 위기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며 "이는 곧바로 영세 2차 협력업체로 전파된다"고 우려했다.
협력사 노사간의 심각한 갈등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 이사장은 "거액의 소급분을 지급받는 기아차 조합원들에 대한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며 "유사한 상여금 제도를 운영 중인 중소협력업체까지 소송분쟁이 확산되지는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기아차는 곧바로 항소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1심 판결 결과에 따라 실제 부담 잠정금액인 1조원을 즉시 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3분기 실적에 반영할 계획으로 적자전환이 불가피하다. 기아차의 지분 33.9%을 쥐고 있는 현대차 역시 피해는 불가피하다.
일각에선 자동차 생산시설의 해외 이전 가능성까지 나온다. 장병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은 “자동차 기업들이 임금 부담이 커져 생산 거점을 해외로 이전하면 자동차산업뿐 아니라 제조업과 한국 경제 전체에 커다란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