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5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정부의 통신비 절감 방안인 선택약정할인율 상향조정이 결국 이동통신사와 소비자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해외 단말기 제조사의 배만 불리는 정책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선택약정할인율이 25%로 오르면 소비자들은 고가의 프리미엄폰을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선택약정할인율 상향으로 프리미엄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게 되는 셈인데, 이 경우 공시지원금을 거의 지급하지 않는 애플이 가장 많은 이익을 얻게 된다는 분석이다.
결국 프리미엄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대부분의 구매자들이 선택약정할인을 선택한다면 반사이익을 보게 되는 것은 삼성전자, LG전자, 애플 등 프리미엄 단말기 제조업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국내 통신시장 전반에 걸쳐 프리미엄폰 구매유인을 부추기게 돼 ‘고가폰 쏠림 현상’이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제조사의 출고가 인하 유인을 감소시키고 중저가 단말 시장 침체 등 산업 생태계를 파괴시킬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통사는 선택약정할인율 상향으로 손해를 고스란히 안는다. 공시지원금은 이통사와 단말기 제조사가 일정비율로 나눠 부담하는 형태로 지급되는 반면, 선택약정할인에 소요되는 비용은 전적으로 이통사가 부담하는 금액이다. 한국투자증권은 25% 요금할인 시행으로 이통3사의 올해 영업이익이 기존 추정치보다 180억원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가장 큰 수혜를 보는 것은 해외 제조사인 애플이다. 애플은 아이폰에 대한 공시지원금을 거의 지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선택약정할인율이 상향되면 애플은 국내 이통사 재원으로 마케팅을 벌이는 효과를 얻는 것과 마찬가지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통신비 정책이 애플과 같은 거대 글로벌 제조사의 판매 기여효과를 불러일으키는 모순을 가져오는 셈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가계통신비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가 있는데, 서비스 비용에 대해서만 한정적으로 무리하게 통신비 인하를 추진하는 것은 사업자 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처음부터 통신비에 대한 접근을 잘못했다”며 “고가폰과 외산폰 사용을 부추기는 정책은 소비자의 통신비 절감효과를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