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호 현대중국학회 회장(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은 지난 21일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열린 학술회의 개회사에서 “한·중 양국은 지난 25년 간 각자의 목표, 혹은 공동 목표를 위해 서로 협력과 긴밀한 교류를 이어왔다”면서 “때로는 이해관계에 따라 갈등을 경험하기도 했지만, 양국 관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논의하는 절차는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 최태원 이사장 “30년 내다보고 중국에 투자 중”
특히 최태원 한국고등교육재단 이사장(SK그룹 회장)은 하루종일 이어지는 행사에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경청해 눈길을 끌었다.
설립 이래 재단은 각종 해외유학 장학프로그램을 실시해 현재까지 사회과학, 자연과학, 동양학, 정보통신 분야에서 660여명의 박사학위자를 배출했다.
최태원 이사장은 중국과 아시아 내 17개의 아시아연구센터 운영, 베이징(北京)포럼과 상하이(上海)포럼, 톈진(天津) 포럼 등 세계적 수준의 학술포럼사업을 개최하고 있다.
최 이사장은 축사에서 “SK그룹은 1992년 양국 수교보다 조금 앞서 중국 시장 진출했다”면서 “선대 최종현 회장은 30년을 내다보고 중국에 투자해야 한다고 늘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어 “긴 안목 보고 투자해왔고, 중국에서 많은 실패도 있었다”면서 “25년이라는 시간은 중국에 대해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정도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이사장은 “(SK그룹이)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고 해도 모든 것을 다 담아냈던 시간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 “앞으로도 서로에 대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하고, 그룹과 재단도 중국을 이해하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 정환우 코트라 담당관 “한·중 관계 3.0시대…시장통합에 주목”
정환우 코트라(KOTRA) 중국조사담당관은 “한·중 경제관계가 분업협력(1.0)과 협력심화(2.0)를 거쳐 시장통합(3.0) 단계로 접어들면서 이에 걸맞은 대(對)중 경제협력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담당관은 경제통상 세션의 발표자로 나서 제도 기반·수출입 증가·교류 주체와 방향 등 6가지 지표를 종합 검토하고, 한·중 경제관계를 기회와 도전의 관점에서 재정립할 것을 주문했다.
1992년 수교 후 한·중 경제관계는 3단계를 거쳐 왔다. 한·중 경제 1.0단계는 수교(1992년)~아시아 금융위기(1998년)까지로 한중 간 국제 분업이 기본 특징이다. 두 번째 한·중 경제 2.0단계는 중국의 WTO가입(2001년)~글로벌 금융위기(2008년)까지로 경제교류가 급속한 확대·심화를 이룬 시기다.
3.0단계는 중국이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에 진입한 2012년 이후 지금까지다. 정 담당관은 “이 단계의 키워드는 시장통합와 FTA(자유무역협정)”이라며 “앞선 두 단계와 비교했을 때 우선 양국 기업의 ‘목표’가 한국기업의 가공무역에서 내수 개척, 더 나아가 밸류체인 확대 및 다각화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기업은 한·중 간 시장통합에 주목해 기회요인을 살펴야 한다”면서 “중국에 진출한 한국 및 글로벌 기업의 글로벌밸류체인(GVC)를 ‘한-중-글로벌’ 시장을 연결하는 새로운 통상질서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이주영 인천대 교수 “인천·웨이하이, FTA 적극 활용해야”
이주영 인천대 중국학술원 연구교수는 지역협력 세션 발표에서 “인천과 웨이하이(威海)를 한·중 FTA 시범도시로서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두 도시는 지리적으로 근접해 있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통관과 출입국 관리제도의 간소화 △검역의 상호인증제도 도입 등을 제안했다.
실제 웨이하이는 산둥(山東)반도 북쪽에 위치한 항구도시로 인천과 불과 400㎞에 불과할 정도로 가깝다.
이 교수는 “한·중 FTA 체결로 두 도시가 한·중 FTA 시범도시로 지정됐다”면서 “한·중 지방 경제협력을 선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지 2년이 경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두 도시 간 협력은 구체화 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방의 경제 협력체계는 국가 간 협력 네트워크 구축보다 신속하고 각 지방도시 간 소통이 용이하다”면서 “국가 간 정치·외교적 갈등에서 비롯된 협력 단절 등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는 점에서 지방도시 간 경제협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 교수는 “두 도시의 정부 간 정례화 된 협의체가 부재하다는 게 문제”라면서 “대화채널 구축으로 제안된 협력 사항을 발전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