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후보자가 새 대법원장으로 취임한다면 대법원 판결이나 대법관 구성, 사법정책 등에서 큰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후보자는 진보성향의 판사연구단체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그 후신 격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초대 회장을 지낸 진보 인사이며, 법원 개혁 의지가 높다는 점이 파격 발탁의 배경으로 꼽힌다.
'제왕적 권력'을 쥔 대법원장은 헌법과 법원조직법에 따라 법관 3000여명과 법원 직원에 대한 임명권을 갖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 임기 동안 추가로 교체될 대법관 10명에 대한 임명 제청권을 가지며 헌법재판관,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 지명권도 갖고 있다. 또 각급 일선 법원에 적용되는 사법행정을 총괄하는 핵심 요직인 법원행정처장도 임명한다.
대법관 회의를 통해 전원합의체로 사건이 넘겨지는 경우, 주로 정치·사회적으로 논란이 있고 파급력이 큰 사건들이어서 전원합의체의 선고 결과는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전원합의체에서는 대법원장과 대법관이 모두 동등한 권한을 갖지만, 대법원장이 합의를 주재하고 이끌어가는 만큼 판결에 진보적 가치가 짙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김 후보자는 2015년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 처분이 부당하다며 전교조가 낸 효력정지 신청 사건에서 "노조법 여러 조항에 다툴 여지가 있는 쟁점이 상당수 남아 있다"며 노조 지위 유지를 결정하는 등 진보 성향 판결을 여러 차례 내렸다.
사법정책과 사법행정 분야에서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대법원장은 사법행정 사무를 총괄하며 관계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 이와 관련한 일부 권한을 법원행정처장과 각급 법원장 등에게 위임할 수 있다. 중요한 사법행정 사무에 관해서는 대법원장이 대법관회의의 의결을 거쳐 처리한다.
사법행정은 법원의 인사, 조직, 예산, 회계, 시설관리 등 사법부 운영에 관한 모든 행정작용을 총괄한다는 점에서 법원 조직 전체에 대대적인 인적·물적 구성 변화가 예상된다.
대법원의 경우 우선 대법관 구성이 다양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검사와 변호사, 법학 교수에만 열려 있는 대법관 후보군을 일반 학자나 사회운동가, 언론인 등으로 확대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내년에만 박보영, 김용덕, 고영한, 김창석, 김신 등 6명의 대법관이 교체되기 때문에 대법관 지명권을 갖는 새 대법원장의 선택에 따라 대법관 구성 다양화가 이른 시일 내에 이뤄질 수도 있다. 국민적 열망에 따라 김 후보자가 신임 대법원장 자리에 올라 사법부를 개혁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