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컵] ‘허재표 닥공’의 비밀 ‘34의 마법’…이젠 ‘亞 최강’ 이란이다

2017-08-18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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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로 선수들을 격려하는 허재 농구대표팀 감독. 사진=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허재표 닥공’이 또 통했다. 공격 농구를 표방하는 필리핀을 더 날카로운 창으로 폭격했다. 이젠 아시아 최강 이란이다. 숫자 ‘34’의 마법을 기억해야 한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농구대표팀은 17일(한국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린 2017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8강전에서 ‘난적’ 필리핀을 상대로 118-86, 32점 차 대승을 거뒀다. 당초 대회 목표였던 4강 진출 쾌거를 이뤄냈다.

필리핀은 조별리그에서 중국을 꺾고 3연승을 거두며 8강에 직행한 우승후보였다. 뛰어난 개인기와 3점슛이 최대 강점인 팀. 하지만 한국의 무차별 공격 농구에 백기를 들었다.

한국은 필리핀전에서 무려 118점을 쏟아 부었다. 매 쿼터 26점 이상을 기록했다. 점수 차가 벌어진 마지막 4쿼터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32점을 몰아쳤다. 이번 대회 팀 최다 득점 신기록이다. 한국 남자농구대표팀의 역대급 경기력이라는 평가가 과하지 않았다.

필리핀전에서 드러난 기록적인 수치는 더 놀라웠다. 3점슛 21개를 던져 16개를 림에 꽂았다. 무려 76.2%의 성공률이다. 국내 리그는 물론 국제 대회에서 나오기 힘든 정확도다. 2점슛 성공률 62.2%(28/45개)를 포함한 야투 성공률도 66.7%(44/66개)를 기록했다. 매우 높은 수치다. 필리핀의 야투 성공률은 45.3%(34/75개)에 불과했다.

높은 야투 성공률의 비밀은 팀플레이에 숨어 있다. 이날 한국의 팀 어시스트는 무려 34개였다. 필리핀의 14개보다 20개나 많았다. 개인플레이에 의존한 필리핀이 허무하게 무너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한국은 44개의 야투를 동료들의 손을 거쳐 34개를 성공시켰다. 이보다 이상적일 수는 없다. 팀 어시스트가 많을수록 장점은 극대화된다. 코트에 있는 모든 선수들이 공을 만지면서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다. 상대 수비를 따돌리고 완벽한 기회에서 슈팅을 던질 수 있기 때문에 성공률이 높아진다. 단순히 외곽슛 뿐만 아니라 포스트에서도 마찬가지다. 누구든 공격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공격을 할 수 있는 심리적 장치가 마련되는 것이다.

팀플레이가 살아나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선수들의 움직임이다. 공을 소유하고 있는 선수를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공간을 만든다. 오세근을 비롯해 이승현, 김종규 등 빅맨들이 완벽한 스크리너로 나서면 그 빈틈으로 한 발 더 움직여 슛 기회를 만든다. 패스는 적시적소에 들어간다. 이날 휴식을 취한 이종현을 제외한 코트에 뛴 11명 가운데 8명이 3점슛을 성공시켰다. 외곽슛이 가능한 빅맨들도 픽-앤드-롤이나 픽-앤드-팝으로 또 다른 공간을 만들기 때문에 상대 수비는 당할 수밖에 없다.
 

[한국 남자농구대표팀. 사진=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한국은 20일 4강전에서 이란과 맞붙는다. 결승 진출을 위한 최대 고비다. 이란은 218cm의 센터 하메드 하다디가 여전히 골밑을 지키고 있다. 하다디는 이번 대회 4경기에서 평균 18점 11리바운드 7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하다디를 중심으로 모든 공격이 시작되고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란전 변수는 리바운드 싸움이다. 하다디를 제외하고도 대다수 선수들이 195cm 이상의 장신들이다. 제공권에서 밀린다. 이종현의 적극적인 골밑 활약이 중요해졌다. 하지만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필리핀전은 코트조차 밟지 못했다. 이종현이 출전하더라도 1대1로 하다디를 막긴 힘들다. 오세근과 김종규, 이승현의 도움 수비와 하다디로부터 파생되는 외곽 공격을 봉쇄할 유기적인 팀 수비가 맞아 떨어져야 한다.

하다디가 위협적이지만, 한국이 이란의 공격을 막기 위해 수비에 치중하는 것도 악수가 될 수 있다. 한국은 이번 대회 최강의 공격력을 선보이고 있다. 참가국 가운데 개인 득점 랭킹에서는 한국에서 오세근이 20위로 가장 높지만, 팀 득점은 평균 91.4점으로 1위다. 팀 어시스트도 평균 27.8개로 압도적 1위를 기록 중이다.

한국은 이란의 페이스에 말릴 필요가 없다. ‘허재표 닥공’을 펼쳐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 주전과 벤치의 경계 없이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한국의 막강한 공격력은 이란이 더 고민스럽고 버겁다.

한국은 1997년 이후 아시아컵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우승까지 2경기 남았다. 한국이 4강서 이란을 넘으면 호주와 뉴질랜드의 승자와 결승을 치른다. 침체됐던 국내 농구팬들도 새로운 ‘허재표 닥공’ 농구에 흥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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