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민간 이양 '친환경인증제'…살충제계란 사태 키웠다

2017-08-16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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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검출된 곳 5곳 친환경 농장…지난 6월 인증업무 민간에 넘겨

관리감독 부실, 인증브로커 활개

[김효곤 기자]

정부가 올해 6월부터 친환경인증 체계를 민간으로 일원화한 이후 살충제 계란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부실인증 사건이 빈번히 발생하는데도 정부가 모든 인증 업무를 민간기관에 맡겨 감독 체계에 구멍이 났기 때문이다. 

살충제 계란이 처음으로 검출된 경기 남양주시의 산란계 농가도 친환경 인증을 받았지만 부실인증으로 유해성분이 검출되며 ​친환경 인증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는 바닥에 떨어졌다.

정부의 관리·감독 소홀로 민간인증기관의 불법행위는 갈수록 늘고 있고, 민간인증기관의 친환경 인증업무가 농가와 식품업체를 상대로 한 소위 '인증서 장사'로 변질되는 모습이다. 

16일 정부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6월 ‘친환경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일부 개정·공포했다.

법이 개정되며 그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과 민간기관이 함께 수행하던 친환경인증업무가 민간 인증기관으로 일원화됐다. 농관원은 민간인증기관을 관리·감독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친환경농산물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친환경인증제도의 인증과 감독 기관을 구분했다"며 "제도를 관리·감독해야 할 정부가 인증 부여 역할까지 함께 하는 것은 국제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농축산물에 대한 친환경 인증 제도는 전국 64개 민간인증기관이 농가로부터 일정 수수료를 받고 인증서를 발급하는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수수료와 출장비, 검사비 등 인증 건당 드는 비용은 평균 80만원에 이른다. 지난 한 해 동안 인증받은 농가와 제품 수는 7만8318개로, 인증에 드는 총 비용을 단순 계산하면 626억5440만원에 육박한다.

민간인증기관 하나당 해마다 1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는 셈이다. '친환경 인증기관이 앞다퉈 인증서 장사를 하고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들리는 이유다. 

특히 친환경 인증기관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는 심각했다. 최근 3년간 민간인증기관의 부정으로, 인증이 취소된 기관은 전체 인증기관 중 15%에 달하는 8건으로 집계됐다.

감사원과 농식품부가 지난 2013년부터 올해 2월까지 농관원을 대상으로 한 감사 결과를 보면, 수차례에 걸쳐 부실인증 사례를 적발했다.

인증취소 사유를 보면 △인증심사원 미확보 △재배불능지 인증 △유해물질 사용농가 인증 △유기합성농약 처리된 종자를 사용한 인증 승인 △자기인증 등으로 다양했다.

올해 2월 이뤄진 감사원 특정감사에서는 민간인증기관이 불법행위로 인한 업무정지기간에 편법으로 인증마크를 부착하는 등 인증 심사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감사원은 "농관원이 온라인 '인증관리정보시스템'을 통해서만 인증기관의 인증 업무를 감독하는 탓에 관리·감독에 구멍이 뚫렸다"고 설명했다.

현장이 아닌 인증관리정보시스템에 의지하며 관리·감독하는 농관원을 인증기관이 악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인증서 브로커도 활개를 치고 있다. 이들은 인증기관과 공모해 묘지나 저수지, 도로를 농지로 둔갑시키는 수법으로 보조금을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 2013년 10월 검찰은 친환경 인증과 관련, 보조금 22억3000만원을 거짓으로 받아 챙긴 브로커 10명과 인증기관 12곳을 적발했다.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민간 인증기관의 전문성을 높이고, 정부가 철저한 관리·감독으로 친환경인증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농식품부가 전국 산란계 사육농가 245곳을 대상으로 16일 1차 조사를 벌인 결과 철원과 양주, 천안, 나주 등 농가 4곳에서 피프로닐과 비펜트린이 검출됐다. 이로써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장은 앞서 발견된 남양주와 광주를 포함해 총 6곳으로 늘었다. 

이들 6개 농장 중 5곳은 친환경 농장이었고, 양주 농장은 친환경 농장이 아닌데도 친환경 마크를 붙여 유통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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