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가 마약범을 즉결 처형하는 등 강경대응을 보이고 있다. 이웃나라 필리핀에서 벌어진 반(反)인권적 처형피해가 고스란히 답습되고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14일 자카르타포스트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국립마약청(BNN)과 경찰은 올해 1월부터 8월 현재까지 마약밀매 혐의를 받는 현지인과 외국인 55명을 단속 현장에서 사살했다.
이처럼 인도네시아에서 사살되는 마약 용의자의 수가 급증한 데는 필리핀의 '마약과의 유혈전쟁'이 풍선효과로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필리핀으로의 판매 루트가 막힌 국제 마약 용의자들이 인도네시아 시장에 눈을 돌릴 가능성이 큰 만큼 강경하게 처단하겠다는 방침이다.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우리는 마약 문제로 위기를 맞고 있다"며 "그들(마약 용의자)에 대해 어떤 관용도 베풀어선 안된다"고 선포한 바 있다.
특히 조코위 대통령은 "외국인 마약 밀수범이 체포를 피하려 저항한다면 바로 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었다.
조코위 대통령의 같은 발언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는 게 현지 매체들의 분석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취임 후 마약범 사살 명령을 내렸고, 이에 따라 필리핀에서는 최소 3200명의 마약 용의자가 사살됐다. 또 이와 별개로 수천 명이 자경단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UN 및 인권단체는 "이같은 참사가 벌어진 것은 두테르테가 법치와 인권을 외면하면서 초법적 처형을 지시했기 때문이다"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두테르테 대통령은 학생들도 상대로 마약검사를 하는 등 마약과의 전쟁 대상을 넓히고 있다. 이날 인콰이어러 등 필리핀 현지 매체에 따르면 필리핀 교육부는 모든 공립과 사립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무작위 마약검사를 하는 내용의 지침을 배포했다.
학생들의 마약검사 결과를 양성이든 음성이든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마약 투약이 확인된 학생은 재활 치료를 받게 한다는 게 교육부의 방침이다. 특히 양성 반응이 나와도 성적표에 반영하지 않고 징계도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대학생의 경우 마약검사 결과 양성 판정을 받을 경우, 입학 불허나 제적 등 징계와 더불어 재활치료를 받게 된다.
학생들까지 마약검사를 확대해 마약 청정지대로 만들겠다는 것이 필리핀 정부의 구상이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무차별적인 마약용의자 사살이 캠퍼스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때문이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는 "필리핀 정부의 마약검사 의무화는 학생들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라며 "불법 마약의 위해성에 대해 교육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