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대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발언이 북·미 갈등을 고조시켰다는 지적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충분하지 않은 경고였다는 입장을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연일 강경 발언이 쏟아지자 미 의회 의원들이 직접 나서 발언을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CNN 등 외신이 10일(이하 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국가안보회의(NSC)를 진행한 뒤 기자들과 만나 "'화염과 분노'를 인용한 대북 경고 내용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 같다"며 "북한이 미국에 대해 군사 행동을 하려 한다면 매우 긴장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괌 포위 공격에 대한 선제 타격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자세한 입장을 드러내지 않았다. 앞서 미 국방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승인만 있으면 괌에 배치돼 있는 미국의 장거리전략폭격기 B-1B '랜서'를 동원해 다수 북한 미사일 기지를 공격한다는 구체적인 군사 작전을 수립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한반도 8월 위기설'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북한이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고통을 겪었던 일부 국가처럼 북한도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며 "북한이 미국에 대한 군사 행동을 개시하려 한다면 긴장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북한과의 협상 가능성을 열어 두면서 중국 역할론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강경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데 대해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의회 전문지 더 힐에 따르면 미국 민주당 의원 61명은 이날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에 보내는 서한을 통해 '화염과 분노' 등 대북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제를 당부하고 나섰다.
존 코니언스(미시간) 하원의원 등 민주당 하원의원들이 작성한 서한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북한과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핵전쟁 우려를 높이는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오랫동안 미국을 위협적인 존재로 보고 있던 북한의 내부 선전을 돕는 무책임하고 위험한 언급"이라며 "국무장관의 권한 안에서 트럼프 대통령 등 관계자들의 언행을 최대한 자제할 수 있게 요청해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