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79개사가 한 배를 타고 있지만 속내는 제각각이다. 최고금리 인하, TV광고 규제 강화 등 중요 이슈를 두고 저축은행중앙회 회원사 간 의견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슈 하나하나마다 79개사의 생각이 다르니 중앙회가 업권의 요구를 한 데 모아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
문제의 원인은 현격하게 차이가 나는 자산 규모와 영업 전략이다. 올해 1분기 자산을 보면,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의 자산은 5조원을 훌쩍 넘는다. 나머지 78개사 가운데 자산 1조원을 넘어서는 곳은 14곳 가량으로 개인 신용대출이 중심인 외국계 은행이 대다수다. 지역 강소 저축은행에게 자산 1조원은 남의 얘기다.
사정이 이러니 서로 중앙회에 요구하는 바도 극과 극이다. 일례로 대출 TV 광고 규제의 영향을 받는 업체는 다섯 손가락에 꼽힌다. 대형사에게는 TV광고가 생존을 가르는 문제이나 대다수 저축은행은 대출 광고 규제가 강화되든 말든 관심이 없다.
그러자 일부 대형사를 중심으로 저축은행중앙회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대형사들이 느끼기에 생존과 관련된 굵직한 이슈가 떠오를 때마다 중앙회의 존재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협회비 대부분을 대형사가 부담하는데 자신들의 입장을 당국에 강력하게 요구하지 않는 중앙회가 야속한 셈이다.
그런데 중소형사의 의견은 다르다. 고금리 대출은 상위 몇 개 저축은행의 문제인데 이들 저축은행 때문에 고금리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저축은행 업권 전체가 싸잡아 욕을 먹는 분위기가 언짢다는 것이다. 업권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중앙회가 대형사와 거리를 둬야 한다는 생각이다.
사사건건 부딪히니 이럴 바에는 대형사와 중소형사가 따로 중앙회를 만드는 게 낫겠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중소형사는 중소형사대로, 대형사는 대형사대로 각각 중앙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대형사와 중소형사가 완전히 다른 업권 같다"며 "차라리 대형사와 중소형사가 중앙회를 따로 만드는 게 낫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