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투기세력을 솎아내기 위해 다주택자 옥죄기에 나서자 후폭풍이 부동산시장 전반을 넘어 세수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고강도 규제를 담은 부동산대책을 발표한 지 열흘도 안 돼 투기가 의심되는 다주택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계획하고 있다. 모두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는 데서 출발했지만, 예상보다 강한 시장압박에 되레 거래수요가 줄면서 부동산 관련 세수입이 급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책이 내년 4월 시행돼 당장 세수에 큰 충격은 적을 수 있다. 다만, 얼어붙은 시장을 녹이기 위한 정부의 보완대책을 기대하고 매물을 내놓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중장기적인 세수감소 추세는 불가피하다.
6일 국세청에 따르면, 투기가 의심되는 다주택자에 대한 세무조사 진행을 위해 빠르면 이번 주 중 대상이나 규모 등을 결정‧발표할 계획이다. 이번 세무조사는 8‧2부동산대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후속조치 성격이 짙다.
앞서 정부는 2일 발표한 부동산대책에서 투기과열지구 지정과 40곳의 청약조정지역에서 다주택자 양도차익 시 최고 60%의 세율을 적용하는 고강도 내용을 담았다.
또 장기보유 시 양도차익의 10~30%를 공제해주고 있지만, 조정대상 지역에서는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다주택자가 부동산 거래로 발생하는 양도차익으로 이익을 보도록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세율을 올리고 공제를 깎으면 세수입은 늘어난다. 그러나 부동산세수에서 정작 중요한 요인은 세율보다 거래건수다.
국토부에 따르면 연간 총 주택 매매거래량은 2013년 전년대비 15.8% 증가했다. 2014년에는 18% 증가해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5년에도 18.8% 늘어나 최대치 기록이 갱신됐다.
2013년 11% 감소했던 양도세수는 박근혜 정부의 친(親)부동산정책으로 거래가 늘어나면서 이듬해 21% 증가했다. 2015년에는 47%나 급등했고, 지난해도 15%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정부의 바람대로 내년 4월 이전에 매물이 쏟아져 세수의 ‘반짝 호황’을 지지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후 시장이 급격한 냉각기에 돌입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마이너스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여기에 국세청 세무조사라는 카드도 등장해 시장이 느끼는 압박감도 더해졌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뿌리 뽑기 위한 강도 높은 대책과 세무조사를 동시에 진행하는 셈이다.
정부의 규제와 세무조사의 동시다발적 진행은 참여정부 시절 이후 12년 만이다. 2005년 참여정부 시절 8‧31부동산대책을 발표한 이후 9700여명을 투입해 부동산 투기 혐의자 2700여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한편, 정부가 경직된 부동산시장을 완화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관망심리’가 얼마나 작용지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공약이행 재원 178조원을 마련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경제성장률과 세수증대 효과를 동시에 볼 수 있는 부동산시장을 마냥 얼어붙은 채로 놔둘 수 없어 보완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