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2 부동산 대책'을 통해 양도소득세를 강화하겠다고 나서면서, 최근 주택시장에서 기승을 부렸던 '갭 투자'가 근절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 2일 국토교통부는 조정대상지역에 한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를 중과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다주택은 가구 기준으로 산정하며, 조합원 입주권이 포함된다.
게다가 3년 이상 보유 시 기간에 따라 양도차익의 10~30%를 공제하는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사라진다. 정부가 실제 거주도 하지 않고 시세차익만을 노리는 다주택자의 갭 투자에 강력한 제동을 걸겠다는 의미다.
갭 투자란 말 그대로 주택의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차이가 적은 집을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투자 방식을 뜻한다. 가령 매매가격이 4억원이고 전세가율이 90%에 육박하는 단지가 있다면, 이를 전세 보증금인 3억6000만원을 제외하고 4000만원만 들여 사는 것이다.
권대중 대한부동산학회장은 "정부는 갭 투자가 거래량을 급증시키고, 호가를 발생시키는 등 시장 과열의 핵심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적은 돈을 들여 매입할 수 있는,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 단지들의 거래량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달 31일 기준 한국감정원 분석자료에 따르면 올 7월 전국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74.6%에 달하며 이는 연립주택(66.8%), 단독주택(47.9%)에 비해 월등히 높다. 서울은 71%, 수도권은 74.2% 수준으로 서울 강북권이나 수도권 일대 갭 투자를 노리는 수요층들의 타격이 예상된다.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 요건이 강화된 점도 갭 투자자들에게는 악재라는 평가다. 과거에는 9억원 이하 주택의 경우 2년 이상 보유하면 됐지만, 당장 3일부터는 2년 이상 직접 살아야만 양도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를 강화했다는 것은 결국 투기 목적으로 주택 구입을 하지 말라는 의미"라며 "1가구 1주택이 양도세를 내지 않기 위해서는 2년 이상 거주해야 한다. 이는 예상보다 파급력이 매우 강한 정책으로, 주택 시장에서 갭 투자가 당분간 근절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도세 강화 정책이 정작 강남권 투자자나 고액 자산가에게는 별반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고액 자산가들 입장에서 전체 자산 대비 양도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강남권 다주택자의 경우 강북처럼 소액으로 단타 투자를 하기보다는 향후 미래가치를 염두에 주고 자식에게 상속·증여하려는 사례도 많아 매도하지 않는다면 양도세 중과는 큰 의미가 없게 된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투기세력을 잠재우기 위해 규제를 가하는 것도 좋지만 너무 수요 억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며 "국내 다주택자들이 역으로 임대주택의 공급자라는 인식도 반드시 필요하다. 또 정작 강남권 다주택자나 자산가들은 정권이 교체되기만을 바라고 물건을 팔지 않은 채 '버티기 모드'에 진입할 수 있는 점도 정부가 유념해야 할 부분"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