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미 기자 = “아마존 효과가 일본의 물가 상승을 저지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일본의 통화정책이 아마존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만났다’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이 같이 분석했다. 일본 소매업체들이 아마존과 같은 온라인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 가격 인상에 주저하면서 물가가 오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6월 근원 물가상승률(CPI)는 전년 동기 대비 0.4% 머무르면서 일본은행 목표치인 2%에 크게 못 미쳤다.
물론 아직까지 일본 소매판매에서 전자상거래 비중은 6%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거래가 1년에 8~10%씩 고공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오프라인 업체들은 가격을 책정할 때 온라인 시장을 염두하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일본은 미국, 독일과 함께 전자상거래 공룡 아마존의 3대 시장으로 연간 매출액이 110억 달러에 달한다. 일본의 인플레이션에서 아마존 효과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일본 경제가 11년래 최장 기간 확장세를 이어가고 노동시장에서는 일자리가 남아도는 등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는 신호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좀처럼 오르지 않기 때문에 일본은행으로서는 통화부양책을 그만둘 수도 없다. WSJ는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일본은행이 물가 상승을 저해하는 여러 요소 중에서 전자상거래도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물론 일반 소비자들은 물건의 가격이 낮아지는 것을 바라지만 이 경우 기업 투자가 줄고 임금 상승률이 낮아지고 경제 활력이 위축되는 악순환에 갇히게 된다. 일본은행이 디플레이션 심리 타개를 위해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2%를 달성할 때까지 통화 부양책을 지속하겠다고 선언한 이유다.
그밖에도 일본은행은 물가 상승이 부진한 다른 이유로 자동화를 통한 일본 기업들의 생산성 향상을 꼽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생산성이 향상되면 같은 비용을 투입하고도 산출량이 많아지기 때문에 가격을 올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까지 뚜렷한 생산성 향상의 신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일본은행은 20일 이틀 간의 정례회의를 마치고 정례회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파이낸셜타임즈(FT) 등 경제 매체에 따르면 많은 전문가들은 일본은행이 기존의 마이너스 금리 및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내년 3월 31일까지인 현 회계연도 물가 전망을 하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