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진동)의 심리로 12일 열린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 전직 임원들의 뇌물 혐의 재판에서 정씨는 "삼성이 사준 말을 두고 어머니가 '네 것처럼 타면 된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정씨는 삼성이 처음 제공한 말 '비타나V' 등 세 필을 '블라디미르' 등 다른 이름으로 바꾼 이른바 '말 세탁' 과정에 가담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특검팀은 정씨에게 "어머니에게서 '말을 굳이 돈 주고 살 필요 없다. 네 것처럼 타면 된다'는 말을 듣고 '살시도가 내 말이구나'라고 생각했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정씨는 "그런 말은 들었지만, 내 말이라고까지 생각하진 않았다"고 답했다.
정씨는 2015년 8~9월 사이 구입한 '살시도'를 12월 말쯤 이름을 바꿔야 한다고 최씨에게서 들었다고 증언했다.
최씨가 "삼성이 너만 지원해준다고 소문이 나면 시끄러워지니까 살시도의 이름을 바꿔야 한다"면서 "삼성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니까 토 달지 말고 이름을 바꾸자"고 제안했고, 실제로 말의 이름을 '살바토르'로 바꿨다는 것이다.
정씨는 이 당시 최씨의 얘기를 듣고 삼성이 살시도를 구입해 줬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취지로 증언헀다.
아울러 비타나V와 살시도 등이 '블라디미르', '스타샤'라는 말로 바뀌기 하루 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최씨와 당시 삼성전자 박상진 사장, 황성수 전무 등 3명이 만난 적이 있다는 걸 들었다고도 했다.
특검과 이 부회장의 변호인은 최씨가 말을 다른 말로 바꾸는 과정을 삼성이 알고 있었는지 여부를 둘러싸고 첨예한 공방을 벌였다.
정씨는 "(승마코치) 캄플라데로부터 '최씨와 삼성전자 박상진 전 사장, 황성수 전 전무가 코펜하겐에서 만나 말을 바꾸는 문제를 얘기했다'고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이어 "아무리 어머니가 임의로 처리한다 해도 안드레아스가 (삼성에) 분명히 얘기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특검은 "캄플라데는 말 교환 계약을 몰랐다는 삼성의 주장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 부회장 변호인은 "미팅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말이 오갔는지 정씨는 들은 바가 없다"고 강하게 맞섰다.
한편 전날 정씨의 변호인은 법원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해 정씨의 증인 출석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씨는 이날 돌연 재판에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