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진단] 주형환·최양희·김현미 장관의 '하지 않은 죄'

2017-07-12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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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처구니 없는 27일 국무회의...원전중단 단 세마디로 결정

- 역사의 반은 '하지 않은 것'의 결과...이에 대한 평가도 냉혹해야



김창익 기자 = 역사는 ‘한 것’과 ‘하지 않은 것’의 총체적 결과물이다. 하지만 후대의 평가는 누가 무엇을 '한 것'에 주로 스포트라이트가 맞춰진다. 인과관계를 규명할 실체가 보다 확실하기 때문이다. 삼국통일과 조선건국을 각각 나당연합과 위화도 회군의 결과물로 기록하는 게 가장 쉬운 역사 서술의 방식인 것이다.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데 보다 많은 수고를 해야 하는 이유로 역사는 누군가 무엇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평가에 상대적으로 소홀하다. 한 것으로 인해 누군가는 영웅이 되고 누군가는 역적이 되는 사이 많은 인물들은 아무 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역사의 평가에서 자유로운 암전의 공간으로 숨었다. 복지부동은 역사의 평가란 부담 앞에서 영악한 자들이 찾은 안전 추구의 방식이다.  

하지만 역사의 반은 여전히 하지 않은 것의 결과물이다. 우리는 마땅히 해야할 일을 하지 않은 자들에 대한 평가와 기록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암전의 공간으로 숨어버린 인물들을 찾는 것도 역사의 진보에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동아일보가 12일 보도한 지난 27일 국무회의록은 이런 관점에서 보면 충격적이다. 8조60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신고리 5·6호기 원전 공사 중단이 단 세 마디로 결정된 것이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당일 브리핑에서 “공사를 중단해야 할 지를 놓고 심도있는 논의가 있었다”고 했다. 거짓말이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공사중단 결정에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했고,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공사 중단에 맞장구를 친 게 고작이다.

주형환 산업통산자원부 장관,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 관련 국무위원들은 입도 뻥긋 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과 총리의 의견이 항상 옳을 수는 없다며 브레인 스토밍을 촉구했지만  논의는 이렇게 마무리가 됐다. 대통령은 바로 공사 중단 결정을 내렸다. 국가 에너지 대계와 조단위 국책사업의 운명은 이렇게 결정이 나버렸다. 

변명의 여지는 있다. 당시 원전공사 지속 여부는 정식 안건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의안 심의와 부처보고가 끝난 뒤 홍 실장의 구두보고로 논의가 시작됐다. 당일 국무회의 참석자들은 이에 대한 사전 준비가 정식 안건에 비해 소홀할 수 밖에 없던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은 충분한 논의가 이뤄진 뒤로 결정을 유보했을 수도 있다.

29%의 공정이 진행된 원전공사의 전격 중단이란 결정을 내린 문 대통령, 그에 맞장구를 친 김영춘 해수부 장관, 신중해야 한다고 브레이크를 건 이낙연 총리에 대한 평가는 상대적으로 쉽다. 실제 원전공사가 재개되지 않을 경우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평가에서 이들만이 평가의 잣대 앞에설 가능성이 크다. 

반복하지만 역사는 하지 않은 것으로 인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안위를 찾으려한 주영환 장관과 최양희 장관, 김현미 장관에 대한 평가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잘못된 결정(한 것)과 직무유기(하지 않은 것) 중 역사가 어느쪽에 더 가혹해야 하는 지를 지금 우리가 선택해야 한다.  보다 편한 암전의 공간으로 숨는 영악한 자들을 후대에 물려주는 것도 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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