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인선 기자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인 2015년 5월 말 오픈한 알리바바 주도의 마이뱅크(왕상은행·網商銀行). 중국 각지에 점포 하나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이지만 올 6월 말 기준으로 중국 31개 성(省)·시(市)의 350만개 중소기업에 제공한 대출액만 1971억 위안(약 33조3000억원)이다. 이미 3억1600만 위안(약 534억원)의 순익을 거두며 손익분기점도 넘어섰다. 마이뱅크는 지난 2016년 초 은행이 출범한 지 7개월까지만 해도 6900만 위안의 적자였지만 어느새 수억 위안의 흑자로 돌아섰다.
마이뱅크보다 앞서 텐센트에서 만든 중국 인터넷전문은행 1호 위뱅크(웨이중은행·微衆銀行)도 거침없는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위뱅크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년 대비 168.8% 급증한 4억100만 위안의 순익을 거뒀다. 같은 기간 중국 5대 국유은행(공상·건설·농업·중국·교통은행)의 순익 증가율이 거의 '제로'거나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지난 2012년까지만 해도 5대 국유은행이 중국 전체 은행업 순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가까웠다.
우리나라는 최근에야 카카오뱅크, 케이뱅크가 출범하며 인터넷전문은행이 이슈로 떠올랐지만 중국엔 이미 2년 전 텐센트가 만든 위뱅크를 시작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했다. 이는 중국 금융당국이 한때 몇몇 국유은행의 독점으로 낙후된 금융시장에 변화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지난 2014년 민간 산업자본이 출자할 수 있도록 하는 민영은행 설립을 허가한 덕분이다.
현재 중국엔 인터넷전문은행뿐만이 아니라 온라인투오프라인(O2O) 전문은행, 창업벤처 전문은행 등 다양한 간판을 내건 민영은행들이 줄줄이 탄생했다.
◆빅데이터, 블록체인 신기술 도입
‘텐센트 은행’이라 불리는 위뱅크는 지난 2014년 말 중국 최초로 문을 연 인터넷전문은행이다. 리커창 총리가 개업식 때 직접 본사를 방문했을 정도로 화제였다.
올 4월 말 기준으로 누적 고객이 2749만명, 누적 대출액이 804억 위안에 달하며, 총자산이 520억 위안이다. 매출액과 순익은 각각 18억 위안, 5억 위안을 기록했다. 출범 당시 임시 사무실에 불과했던 위뱅크는 어느덧 9층짜리 빌딩을 사용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빠른 성장세에 위뱅크는 실적 목표도 대대적으로 높였다. 위뱅크는 올해 순익 목표를 당초 예상했던 3억 위안보다 10억 위안 더 늘린 13억 위안으로 잡았다. 위뱅크는 본래 2020년까지 목표로 했던 영업수익 224억 위안, 순익 42억 위안 달성 목표도 각각 34%, 200%씩 대폭 높인 302억 위안, 127억 위안으로 상향조정했다.
위뱅크의 최대 강점은 모기업 텐센트가 보유한 광범위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자들이다. 텐센트가 서비스하는 '국민 메신저' QQ와 위챗 이용자 17억명을 위뱅크의 잠재 고객으로 삼고 있는 것. 텐센트가 확보한 빅데이터, 인공지능,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도 위뱅크의 주무기다.
위뱅크의 주력 상품은 2015년 5월 출시한 개인 대상 소액신용대출 ‘웨이리다이(微粒貸)’다. 웨이리다이는 QQ나 위챗을 통해 대출을 신청하면 2.4초 만에 심사를 마치고 40초 만에 입금된다. 무담보·무저당으로 최대 20만 위안(약 338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으며, 대출 상환도 수시로 가능하다. 하루 대출 이자율은 사용자의 신용 등급에 따라 다르지만, 일일 평균 0.05%이다.
이는 이용자들의 SNS 활동, 지인, 거래기록, 소비결제 등의 빅데이터에 의존한 자체 신용평가 시스템에 따른 것이다. 출시된 지 약 1년 반 만에 전국 529개 도시의 2400만명에게 대출을 제공, 웨이리다이 누적 대출액은 1600억 위안, 대출건수는 2000만건에 달한다. 하지만 부실대출 비율은 0.4%에 불과하다.
위뱅크는 텐센트가 연구하는 최첨단 IT기술의 시험장이이기도 하다. 텐센트는 지난해 평안보험 등 31개 중국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연구 중인 블록체인 상용화 기술을 위뱅크에 시범 도입했다.
웨이리다이 대출자금은 100% 위뱅크의 자체 자금이 아닌 80%가 협력은행의 자금이다. 그러다 보니 대출금리, 원리금 상환이나 결제·청산 등 방면에서 협력은행마다 따로따로 장부에 기입하고, 거래 후 서로 일일이 장부를 대조해 맞춰봐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고, 100% 정확한 검증도 보장할 수 없었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시스템을 도입하면 모든 협력은행의 거래 정보가 암호화된 블록체인에 기록되며 업데이트돼 거래·결제·청산·리스크 관리 등이 실시간으로 이뤄져 시간과 비용이 절감될 수 있는 것은 물론 보안성도 대폭 강화할 수 있다. 이것을 위뱅크가 중국 은행권 최초로 도입한 것이다.
증권시보에 따르면 지난해 8월 화루이은행을 비롯해 현재까지 뤄양은행·창사은행 등 여러 은행이 위뱅크와 블록체인 금융시스템 방면에서 협력 중이다. 블록체인 시스템 이용해 축적한 대출 데이터만 450만건이 넘는다.
◆길거리 포장마차도 주고객
마이뱅크도 전자상거래 공룡인 알리바바를 등에 업고 대형은행에 외면당한 소상공인을 공략하는 틈새 전략으로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황하오 마이뱅크 행장은 최근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담보 부족으로 은행 대출을 받기 어려운 소기업 7000만∼8000만곳을 대상으로 최대한 많은 고객사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황 행장은 "우리는 기존 은행과 다른 계층에 있다"면서 “길거리 포장마차처럼 다른 금융 기관이 상대하지 않던 곳까지 모세혈관처럼 진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뱅크의 주력상품은 '왕상다이(網商貸)'로, 전자상거래 기업을 위한 전용 대출서비스다. 무담보·무저당 신용대출 상품으로, 온라인으로 신청하는 데 3분, 대출금이 입금되는 데 단 1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하루 대출 이자율은 평균 0.04% 수준이다. 마이뱅크에 따르면 4월 말 기준으로 대학생 전자상거래 창업자 중 28%가 이 왕상다이를 이용하고 있다. 1인당 매년 대출 평균액이 7만 위안, 연 평균 12건씩 대출을 이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올 2월엔 소상공인 전용 대금결제 서비스인 '서우첸마(收錢碼)'도 출시했다. 서우첸마를 통해 대금 결제를 받으면 길거리 노점상도 온라인으로 매출 내역을 한눈에 파악해 회계장부를 만들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마이뱅크는 서우첸마로 몇 원이든, 몇 십원이든 대금 결제 횟수만 많으면, 그것이 곧 신용으로 쌓여 대출 한도를 늘려주는 '둬서우둬다이(多收多貸)' 대출상품도 내놓았다.
이 밖에 중국 전문 웹사이트 트래픽 집계 사이트인 ‘CNZZ.com’과 협력해 웹사이트 트래픽이 얼마냐에 따라 신용한도를 매기고 최대 10만 위안까지 대출해주는 '류량다이(流量貸)' 대출상품도 출시했다.
길거리 포장마차까지 주고객으로 삼고 있는 마이뱅크의 부실대출 비율은 1% 안팎으로, 일반 중국 은행권 수준(1.74%)보다도 낮다. 이는 알리바바가 자체적으로 만든 신용평가시스템인 즈마신용(芝麻信用)에 기반한 덕분이다. 즈마신용은 이용자의 △전자상거래 결제내역 △신용카드 연체 여부 △통신비 및 각종 요금 납부 상황 △모바일 결제내역 △재테크 상품 가입 현황 등 온라인 빅데이터를 활용해 자체적인 신용등급을 결정하는 게 특징이다.
◆O2O, 창업벤처 등 간판 내건 민영은행들
중국 최대 가전양판점에서 O2O 유통전문 기업으로 성장한 쑤닝그룹이 설립한 쑤닝은행은 중국 최초의 O2O 전문은행이다. 인터넷은행을 표방하지만 쑤닝이 전국에 보유한 4000여개 오프라인 매장, 10만개 온·오프라인 협력사가 뒷받침되는 게 특징이다. 4000개 매장이 곧 쑤닝은행의 오프라인 점포인 셈이다.
이를 통해 쑤닝은행은 고객들이 온·오프라인 환경에서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면 대출 서비스 방면에서 온라인으로는 신용대출을, 오프라인으로는 담보저당 대출을, 리스크 관리 방면에서는 온라인으로 대출심사를, 오프라인으로 대출 관리감독을 하는 등의 방식이다.
이밖에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베이징 중관춘에는 중관춘은행도 출범했다. 중관춘 벤처기업 11곳이 주주가 돼서 만든 창업벤처 전문 은행으로, 벤처기업을 위해 전문적인 금융서비스를 지원할 계획이다. 혁신형 기술벤처기업을 주고객으로 금융서비스를 지원하는 한편 빅데이터·클라우드컴퓨팅 등 최첨단 기술을 통해 중관춘은 물론 전국 주요 기술벤처 기업의 혁신 발전을 적극 지원하는 게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