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중국의 新 4대발명품' 공유자전거…공유경제 혁신 아이콘으로

2017-06-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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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도심 풍경 수놓은 형형색색 자전거 대열의 '색깔혁명'

올해 시장규모 100억 위안, 이용자수 2억명 돌파 전망

주황색 모바이크vs노랑색 오포 치열한 경쟁…실리콘밸리까지 진출

공유자전거 그림자도...규범 제정중

중국 공유자전거 시장. [그래픽=아주경제]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2001년 개봉한 영화 ‘북경자전거’를 기억하는가. 1990년대 중국인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품이었던 자전거를 통해 중국의 급격한 경제발전 속에서 심각해지는 빈부격차 문제를 다룬 영화다.

영화엔 두 소년이 등장한다. 하나는 택배배달원, 하나는 학생이다. 둘은 자전거 하나를 두고 서로 자기 것이라 우기며 싸우다가 결국엔 서로 번갈아 타는 방식으로 자전거를 '공유'한다.

그리고 15년이 넘게 흐른 오늘날 13억 중국인들은 누구나 자전거를 공유한다. 공유자전거 열풍으로 자전거는 다시 한번 중국인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교통인프라로 재탄생했다.

◆형형색색 자전거 대열··· 1조7000억원 시장 규모

최근 중국 베이징·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서는 1970~80년대나 볼 수 있었던 자전거 행렬이 다시 등장했다. 노랑, 주황, 빨강, 파랑, 초록, 검정 등 오색빛깔의 자전거들이 거리를 수놓고 있다. 중국에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공유자전거 열풍이 도심 거리의 풍경을 다채롭게 바꿔놓은 것.

공유자전거를 이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스마트폰에 관련 앱을 다운받아 보증금을 모바일 결제하고 나서 공유자전거에 붙은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해 자물쇠를 잠금 해제하면 언제 어디서든 자전거를 탈 수 있다. 다 타고 난 자전거는 제자리에 갖다 둘 필요도 없이 아무데나 두고 가면 된다. 이용료는 30분에 0.5~1위안, 우리나라 돈으로 80~160원으로 매우 저렴하다. 위치확인시스템(GPS), 미터기 같은 기능이 앱에 깔려 있어 이용한 만큼 모바일로 결제하면 그만이다.

중국인들은 걸어가기엔 멀고, 자동차를 타고 가기엔 애매한 1㎞ 남짓 거리를 오고 갈 때 공유자전거를 애용한다. 공유자전거 열풍이 중국인들의 교통수단 혁명을 가져왔다고 해서 형형색색의 자전거 색깔에 빗대 '색깔혁명'이라고 불릴 정도다. 최근 외국인 유학생들이 꼽은 중국의 신(新) 4대 발명품에 공유자전거가 선정된 것도 별로 놀랍지 않다.

아이미디어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2억3000만 위안에 달했던 중국 공유자전거 시장 규모는 올해말 102억8000만 위안(약 1조7000억원)에 달해 9배 가까이 성장할 전망이다. 공유자전거 이용자 수도 지난해 2800만명에서 올해 2억900만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양기에 접어든 자전거 산업도 공유자전거 바람을 타고 부활했다. 1936년 톈진 자전거 공장에서 시작한 80여년 전통의 자전거 브랜드 페이거(飛鴿)는 1980년대 후반 잘나갔을 때만 해도 연간 자전거 생산량이 700만대에 육박했지만 중국에 자가용이 점차 널리 보급되면서 연간 생산량은 100만대 안팎으로 확 줄어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공유자전거 활황 속에 최근 제2 전성기를 맞았다. 중국 자전거 공유서비스업체와 협력을 맺은 덕분이다. 페이거 공장은 매달 40만대씩 공유자전거를 생산하느라 쉴 틈 없이 돌아간다.

◆주황-노랑의 전쟁··· 해외로 뻗어가

거대한 중국 공유자전거 시장을 주도하는 양대 업체는 모바이크(摩拜·모바이)와 오포(ofo)다. 두 업체는 공유자전거 시장 선두지위를 놓고 격전을 벌이고 있다. 주황색 자전거인 모바이크와 노란색 자전거인 오포를 빗대 ‘청황즈정(橙黃之爭·주황과 노랑의 전쟁)’이라고도 불린다.

선발주자는 오포다. 지난 2014년 명문 베이징대 출신 창업자들이 설립한 오포는 학교 캠퍼스의 학생을 주요 타깃으로 본격적인 자전거 공유사업에 나섰다. 4월 중순 기준으로 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 등 46개 도시에 진출해 있다.

해외사업 확장에도 박차를 가하며 지난해 말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미국 실리콘밸리와 스탠퍼드대학, 영국 런던과 케임브리지 등에도 진출했다. 지난 3월 방중한 팀 쿡 애플 CEO는 직접 베이징 중관춘의 오포 본사를 방문해 깊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오포는 오는 7월 이전에 미국 10여개 도시에 공유자전거 5만개를 공급하고, 연말까지 일본·프랑스·독일·스페인·필리핀 등 전 세계 20개 국가 및 지역에 진출할 계획이다. 오포 창업주인 다이웨이 CEO는 “공유자전거는 미래의 인프라다. 물이나 전기처럼 전 세계 공통언어가 될 것”이라고 선언할 정도로 해외 진출에 자신감이 충만하다.

오포보다 2년 후인 지난 2016년에야 비로소 시장에 뛰어든 모바이크의 성장세는 더 가파르다. 모바이크의 현재 하루 평균 이용량은 2000만건을 돌파해 오포의 1000만건을 훌쩍 뛰어넘었다. 모바이크 공유자전거 누적 사용량은 6억건을 돌파했다.

모바이크가 잘나가는 이유는 기술경쟁력에 있다. 스마트폰 자전거 등록번호를 입력해 자물쇠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 오포와 달리 모바이크는 스마트폰 QR코드 스캔만으로도 자전거 자물쇠를 자동 해제할 수 있다. 공유자전거에 가장 먼저 GPS 기능을 도입한 것도 모바이크다.

모바이크는 지난 3월 싱가포르 진출을 시작으로 올 연말까지 전 세계 100여개 도시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애플·IBM·구글 등에서 인재를 유치하고,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스트라이프, 영국 보다폰 등 외국기업과 기술협력도 진행 중이다.

◆실리콘밸리까지 진출··· 공유경제의 새로운 '혁신'

모바일 기술에 기반한 공유자전거는 전 세계적으로 뜨고 있는 공유경제의 새로운 기술 혁신 사례가 됐다. 오포의 미국 실리콘밸리 진출이 이를 잘 보여준다.

사실 실리콘밸리에서 구글·트위터·페이스북 등 IT 기업들도 이미 캠퍼스 내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자전거 서비스를 시도했지만 자전거 유실률이 80%에 달하며 실패로 끝났다. 반면 모바일 기술을 활용한 중국의 공유자전거엔 GPS, 스마트 자물쇠 등이 장착돼 유실률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과거 ‘중국판 페이스북’, ‘중국판 우버’, ‘중국판 아마존’ 등으로 실리콘밸리 기술력을 모방하기만 했던 중국 기업들이 이제 기술, 특히 모바일 기술력 방면에서 미국을 앞서가며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 공유자전거 산업에 알리바바, 텐센트 같은 ‘큰손’ 투자자들도 몰려들고 있다.

오포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 샤오미,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디디추싱 등 주요 기업으로부터 지난 2년간 모두 8차례에 걸친 투자금 유치를 통해 5억8000만 달러(약 6500억원) 규모의 실탄을 확보했다. 최근엔 알리바바의 금융회사인 앤트파이낸셜이 오포에 전략적 투자를 선언해 눈길을 끌었다.

모바이크도 창립 1년 만에 3억55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모바이크는 현재 텐센트 외에도 테마섹·팍스콘·시트립 등 쟁쟁한 투자자를 확보한 상태다. 이로써 창업 2년 만에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창업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양사는 든든한 자금을 바탕으로 보조금을 쏟아부으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는 2년 전 양대 공유자동차 업체였던 디디와 콰이디가 피 튀기는 전쟁을 치르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치열한 싸움 끝에 디디와 콰이디는 돌연 합병을 선언해 디디콰이디(지금의 디디추싱)라는 회사로 합쳐졌다.

시장에서는 출혈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오포와 모바이크 역시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투자자들의 압력에 못 이겨 결국엔 합병하지 않겠냐며 기업가치 30억 달러 규모의 거대한 인터넷공룡의 탄생을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흉물로 전락하기도··· 규범 제정 중

공유자전거에서 비롯된 교통수단의 혁명이 부작용을 낳은 것도 사실이다. 자전거 불법주차, 자전거 파손 및 도난, 자전거 사유화, 교통법규 위반, 보증금 사기, 이용자 정보유출, 자전거 정체현상까지. 공유자전거가 난립하며 일부에서는 도시의 ‘흉물’, ‘골칫덩어리’가 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단오절 연휴 중 광둥성 선전시에서는 자전거 정체현상을 우려해 일부 유명 관광지에서 아예 자전거 운행을 금지시켰다.

중국 정부는 그렇다고 공유자전거라는 신 사물의 발전을 억제하기보다는 건전한 발전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노력하고 있다.

교통운수부는 최근 '공유 자전거 발전을 위한 지도의견'을 발표해 의견수렴에 들어갔다. 여기에는 사용자실명제 도입과 사용자를 위한 상해보험 도입, 12세 미만 이용 금지, 지정 공간을 벗어나 주차하면 열쇠가 잠기지 않는 전자울타리 설치, 공유 자전거 사업을 하는 기업이나 사용자의 위법 또는 파손행위 등에 대한 신용기록, 보증금 면제 장려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기업들도 더 나은 공유자전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동안 자전거 도난 훼손 우려 차원에서 받아왔던 보증금을 없애는 방향으로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이를 위해 공유자전거 업체들은 최근 알리바바의 개인신용평가기관인 즈마신용과 협력하고 있다. 즈마신용의 개인신용평가시스템을 도입해 신용등급이 높은 이용자는 보증금을 내지 않고도 신용에 기반해 공유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현재 이미 9개 공유자전거 업체들이 즈마신용과 손잡고 수천만명의 이용자에게 보증금 면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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