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형 기자 =정부여당이 10일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 열차에 시동을 걸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는 10일 야권의 보이콧 속에서 추경안을 단독 상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7일 국회에 추경안을 제출한 지 34일 만이다.
그러나 갈 길은 멀다. 야당의 참여 없이도 추경의 예결위 상정은 가능하지만, 예산안조정소위원회로 넘기려면 과반 찬성 의결 정족수가 필요하다. 야권이 국회 의사일정 보이콧을 풀지 않는다면, 추경은 교착 상태에서 단 한 발도 떼지 못한다. 일자리 추경이 고착 방정식으로 격상한 셈이다. 이에 따라 개문발차한 여당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백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여야를 떠나 민생을 위해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여주길 부탁드린다”며 대승적 동참을 촉구했지만, 야 3당(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은 송영무 국방부 장관·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임명 철회를 촉구하며 불참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추경안 상정의 개의 정족수는 ‘예결위 위원 5분의 1’이다. 현재 예결위원 50명 중 민주당 소속은 20명으로, 과반에 턱없이 부족하다. 예결위 상정에 따른 심사 착수만 가능할 뿐, 추경안이 예산안조정소위로의 이관 여부도 장담하지 못한다.
예결위에 상정된 추경안은 ‘종합정책질의→부별심사’ 등을 거쳐 최종 관문인 계수조정소위를 통과해야 한다. 여당의 추경 처리 데드라인인 오는 18일 본회의 처리는커녕 심사 착수에서 추경 열차가 멈출 수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의 고민 지점이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이제는 4당 원내대표들이 결단해 달라”고 호소했지만, 야권은 일제히 문 대통령을 향해 “결단하라”고 압박했다. 국민의당은 연일 거친 입으로 강공에 나선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발언으로 격앙된 상태다.
해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당·정·청이 추경에 우호적인 국민 여론을 앞세워 정면 돌파에 나서는 것이다. 이른바 ‘공중전 전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주요 20개국(G20) 귀국 직후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에게 추경 협조를 요청했다.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정부 노력만으로 한계를 절감한다”고 말했다. 당·정·청의 전방위적인 여론전이 시작된 셈이다.
다른 하나는 문 대통령이 야권이 요구한 ‘송영무·조대엽’ 후보자 중 한 명을 지명 철회하는, 이른바 빅딜이다. 다만 정국 주도권을 실기할 수 있다는 점이 딜레마다. 키는 문 대통령이 쥐고 있다. 국회가 오는 18일 추경안을 처리하더라도, 이는 이명박(MB) 정부 때인 2008년 이후 9년 만의 최장 심사기록(42일·국회 제출 기준)이란 오명을 떠안게 된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민생안정 추경은 19일,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추경은 37일 만에 처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