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혜란 기자 = 유라시아(유럽·아시아)는 전 세계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광활한 대륙이자 전 세계 인구의 75%가 있는 거대한 공동체다. 이들 국가의 서열 2위가 한자리에 모이는 국제회의가 있다. 한국이 러시아에 처음 제안했고, 이후 양국이 공동 주도하게 됐다. '유라시아 국회의장 회의'가 바로 그것이다.
지난달 26~28일 대한민국 국회와 러시아 하원 공동 주최로 '제2회 유라시아 국회의장 회의'가 서울에서 개최됐다.
유라시아 각국 입법부 수장들이 모인 일 자체도 의미가 있지만, 향후 유라시아 의회 공동체가 한국에 어떤 기회와 이익을 가져다줄지는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
4일 유라시아 국회의장 회의가 지닌 의의와 잠재력을 짚어본다.
◆ 각국 서열 2위 간 회의 주도...한국 외교 위상↑
이 회의는 정의화 국회의장 때 추진됐다. 정의화 의장의 제안을 러시아가 수용해 성사됐으며 지난해 모스크바에서 첫 회의가 열렸다. 이후 정의화 의장 바통을 이어받은 정세균 국회의장 역시 의회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해왔고, 이 회의체를 발전시키고자 적극적으로 노력했다.
이번 2차 회의 때는 유럽에선 러시아와 체코, 슬로바키아, 아제르바이잔이, 아시아에선 이란과 카자흐스탄, 필리핀 등 11개국 의장이 참여했다. 중국 장핑 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을 포함해 인도와 헝가리, 베트남 등 12개 국가에선 부의장이 왔고, 차리예프 투르크메니스탄 지자체 위원장과 유라시아 경제연합(EAEU)의 사르키샨 집행위원회 위원장까지 총 25개국의 의회 지도자가 참석했다. 작년엔 16개국이 참여했는데 올해 10여 개국이 늘었다.
역시 한국 주도로 출범했던 주요 20개국(G20) 국회의장 회의는 중단됐지만, 유라시아 국회의장 회의에 관심을 보이는 국가가 많고 다음 회의 개최지가 되길 희망하는 국가가 줄을 섰다고 한다. 일단 최소한 5회차까지는 이끌고 나갈 동력이 확보됐다.
국회 국제국의 이백순 특임대사는 "(중단된) G20 국회의장 회의의 경우 특별히 만나야 할 유인이 없었지만, 이 회의는 유라시아 시대라는 큰 그림 아래 모여야 할 유인이 있다. 유럽과 아시아에서 번갈아 개최지를 하는 원칙도 지키려고 한다"며 "서유럽 국가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중유럽까지만이라도 일단 연결되면 서유럽도 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유럽까지 연결되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협의체가 된다.
◆ 유라시아 무대서 발빠르게 움직인 국회…'외교 다변화' 기여
다자가 참여하는 이 국제회의는 한국 외교 다변화의 길을 모색하는 여러 틀 중 하나다. 의회 간 국제 회의에선 국민을 대표하고 민의를 폭 넓게 대변하는 의회들 간 합의 도출을 시도한다는 점, 정부 외교를 보완하는 의회 외교의 활성화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회의는 1년에 한번 열리고 그동안은 상시적인 연락망이 없었는데 이번에 국회 사무처 주도로 '사이버 사무국'을 설치·운영키로 한 것도 대한민국 국회의 성과다.
지난달 27일 정세균 국회의장과 바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의장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2017 제2차 유라시아 국회의장회의 서울선언'을 발표했다. 서울선언에는 유라시아 국가 간 경제 협력을 강화하고 국제 테러리즘이나 환경 문제에도 공동 대처하자는 내용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회가 주도해 참여국과 함께 '사이버 사무국'을 운영, 교류를 활성화하자는 참여국들의 결의가 담겼다.
이 대사는 "(사이버 사무국에서) 각국의 입법 사례를 공유하면서 서로 자극이 되고 (유라시아 정책 관련해) 촉진된다. 가령 한국에서 다른 국제회의나 세미나 일정이 사이버 사무국을 통해 공유되면 관심있는 국가의 의회에서 한국을 방문할 수도 있고 분야별로 교류가 많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이버 사무국에서 유라시아 국가들은 각국의 입법 사례를 공유하고 정보 교류와 친선을 도모하게 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한국 국회의 유라시아 정책 제안과 관련 입법 연구가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국회 국제국의 이백순 특임대사는 "(중단된) G20 국회의장 회의의 경우 특별히 만나야 할 유인이 없었지만, 이 회의는 유라시아 시대라는 큰 그림 아래 모여야 할 유인이 있다. 유럽과 아시아에서 번갈아 개최지를 하는 원칙도 지키려고 한다"며 "서유럽 국가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중유럽까지만이라도 일단 연결되면 서유럽도 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유럽까지 연결되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협의체가 된다.
◆ 유라시아 무대서 발빠르게 움직인 국회…'외교 다변화' 기여
다자가 참여하는 이 국제회의는 한국 외교 다변화의 길을 모색하는 여러 틀 중 하나다. 의회 간 국제 회의에선 국민을 대표하고 민의를 폭 넓게 대변하는 의회들 간 합의 도출을 시도한다는 점, 정부 외교를 보완하는 의회 외교의 활성화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회의는 1년에 한번 열리고 그동안은 상시적인 연락망이 없었는데 이번에 국회 사무처 주도로 '사이버 사무국'을 설치·운영키로 한 것도 대한민국 국회의 성과다.
지난달 27일 정세균 국회의장과 바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의장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2017 제2차 유라시아 국회의장회의 서울선언'을 발표했다. 서울선언에는 유라시아 국가 간 경제 협력을 강화하고 국제 테러리즘이나 환경 문제에도 공동 대처하자는 내용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회가 주도해 참여국과 함께 '사이버 사무국'을 운영, 교류를 활성화하자는 참여국들의 결의가 담겼다.
이 대사는 "(사이버 사무국에서) 각국의 입법 사례를 공유하면서 서로 자극이 되고 (유라시아 정책 관련해) 촉진된다. 가령 한국에서 다른 국제회의나 세미나 일정이 사이버 사무국을 통해 공유되면 관심있는 국가의 의회에서 한국을 방문할 수도 있고 분야별로 교류가 많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이버 사무국에서 유라시아 국가들은 각국의 입법 사례를 공유하고 정보 교류와 친선을 도모하게 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한국 국회의 유라시아 정책 제안과 관련 입법 연구가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 유라시아를 관통하는 거대 시장…그 중심에서 '의회 외교'를 외치다
유라시아 무대에서 한국 경제 활로를 찾는 일은 곧 대륙 진출로 수출 판도를 확대하는 길이며 국민의 삶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이미 세계는 유라시아를 육상과 해상으로 연결하는 거대 경제권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으로, 러시아는 '신동방' 정책으로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 정부도 박근혜 정부 시절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내걸었지만,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한국 정부는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첫발이자 동력으로 삼으려고 했지만 지난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무기한 중단됐다.
이런 시대적 흐름 속에 한국 국회가 앞장서 유라시아 지역 의회 간 공동체를 이끌고 각국 의회와 함께 경제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유라시아 대륙을 하나로 연결하는 철도망이 건설되고, 2015년 출범한 EAEU 외에 유라시아에서 많은 경제 블록이 꿈틀댄다.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서 유라시아를 관통하는 거대한 시장이 생긴다. 그리고 그 거대한 시장의 시작과 끝은 부산이다. 국회가 그리는 유라시아와 한국의 미래다.
이 대사는 "협정 체결 등은 행정부에 달렸지만 의장들이 각국에 돌아가 대통령과 행정부에 정책 제안 등으로 압박하고 의회에서 입법으로 지원한다면 일이 빨리 진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라시아 국회의장 회의를 '유라시아 시대를 향해 달려가는 기관차(Driving Vehicle)'라고 표현했다. 큰 성장 잠재력을 가진 유라시아 땅. 그 한가운데서 국회는 적극적인 의회 외교로 유라시아 경제 협력의 마중물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셈이다.
◆ 남북 관계 대화 초석 될까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하면 이 회의는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 초석이 될 수도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번 회의에 북한 측의 참석도 요청했다. 북한은 끝내 손을 잡지 않았지만,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운 정상 회담보다는 다자간 국회의장단 회의에 참석해 대화의 물꼬를 틀 가능성은 남아 있다. 특히 '경제' 문제로 엮인 유라시아 국회의장 회의는 북한이 참여할 유인과 명분이 충분하다.
이 대사는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채로 핵무기만 붙들고 앉아서 살 수 없다는 현실을 깨닫고, 전 세계의 반이 움직이는, (유라시아 시대의 도래라는) 시대적 흐름에 동참해야겠다는 생각을 갖도록 해야 한다"면서 "북한이 이를 금방 못 깨달으면 우리라도 먼저 출발하는 거다. 큰 배가 가다 보면, 쪽배로 있던 북한도 결국 큰 배에 올라탈 것"이라고 했다.
부산에서 출발한 '유라시아 실크로드'가 유럽까지 뻗어 나가는 길목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길을 가로막는 북한은 유라시아 경제 공동체에 큰 장애물이다. 유라시아 경제 공동체의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이들 국가의 북한을 향한 개방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
이 대사는 "남북이 연결되면 동남아 물류도 불안한 중동으로 돌아가느니 부산으로 올 수 있다. 부산에서 일주일이면 유럽까지 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북한에 '역사는 이렇게 흘러가는데 북한이 가로막고 있어 (경제 협력이) 전부 잘 안 된다. 북한에도 (개방이) 얼마나 이익이 되느냐. 문을 열어라'라고 요구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그런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라고 말한다. 국회는 이 국제회의를 통해 유라시아 무대에서 외교 저변을 넓혀나가는 동시에 한반도의 평화, 남북관계 개선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가능성의 실험을 시작했다. 행정부와 긴밀히 호흡해 '가능성'을 현실로 바꿔나가는 정치력은 이제부터의 과제다.
유라시아 무대에서 한국 경제 활로를 찾는 일은 곧 대륙 진출로 수출 판도를 확대하는 길이며 국민의 삶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이미 세계는 유라시아를 육상과 해상으로 연결하는 거대 경제권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으로, 러시아는 '신동방' 정책으로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 정부도 박근혜 정부 시절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내걸었지만,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한국 정부는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첫발이자 동력으로 삼으려고 했지만 지난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무기한 중단됐다.
이런 시대적 흐름 속에 한국 국회가 앞장서 유라시아 지역 의회 간 공동체를 이끌고 각국 의회와 함께 경제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유라시아 대륙을 하나로 연결하는 철도망이 건설되고, 2015년 출범한 EAEU 외에 유라시아에서 많은 경제 블록이 꿈틀댄다.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서 유라시아를 관통하는 거대한 시장이 생긴다. 그리고 그 거대한 시장의 시작과 끝은 부산이다. 국회가 그리는 유라시아와 한국의 미래다.
이 대사는 "협정 체결 등은 행정부에 달렸지만 의장들이 각국에 돌아가 대통령과 행정부에 정책 제안 등으로 압박하고 의회에서 입법으로 지원한다면 일이 빨리 진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라시아 국회의장 회의를 '유라시아 시대를 향해 달려가는 기관차(Driving Vehicle)'라고 표현했다. 큰 성장 잠재력을 가진 유라시아 땅. 그 한가운데서 국회는 적극적인 의회 외교로 유라시아 경제 협력의 마중물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셈이다.
◆ 남북 관계 대화 초석 될까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하면 이 회의는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 초석이 될 수도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번 회의에 북한 측의 참석도 요청했다. 북한은 끝내 손을 잡지 않았지만,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운 정상 회담보다는 다자간 국회의장단 회의에 참석해 대화의 물꼬를 틀 가능성은 남아 있다. 특히 '경제' 문제로 엮인 유라시아 국회의장 회의는 북한이 참여할 유인과 명분이 충분하다.
이 대사는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채로 핵무기만 붙들고 앉아서 살 수 없다는 현실을 깨닫고, 전 세계의 반이 움직이는, (유라시아 시대의 도래라는) 시대적 흐름에 동참해야겠다는 생각을 갖도록 해야 한다"면서 "북한이 이를 금방 못 깨달으면 우리라도 먼저 출발하는 거다. 큰 배가 가다 보면, 쪽배로 있던 북한도 결국 큰 배에 올라탈 것"이라고 했다.
부산에서 출발한 '유라시아 실크로드'가 유럽까지 뻗어 나가는 길목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길을 가로막는 북한은 유라시아 경제 공동체에 큰 장애물이다. 유라시아 경제 공동체의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이들 국가의 북한을 향한 개방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
이 대사는 "남북이 연결되면 동남아 물류도 불안한 중동으로 돌아가느니 부산으로 올 수 있다. 부산에서 일주일이면 유럽까지 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북한에 '역사는 이렇게 흘러가는데 북한이 가로막고 있어 (경제 협력이) 전부 잘 안 된다. 북한에도 (개방이) 얼마나 이익이 되느냐. 문을 열어라'라고 요구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그런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라고 말한다. 국회는 이 국제회의를 통해 유라시아 무대에서 외교 저변을 넓혀나가는 동시에 한반도의 평화, 남북관계 개선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가능성의 실험을 시작했다. 행정부와 긴밀히 호흡해 '가능성'을 현실로 바꿔나가는 정치력은 이제부터의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