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까지 맡기는 서민들…자동차담보대출 급증

2017-07-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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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 서울 강남구에서 소규모 도시락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 가게 공사 때문에 급하게 돈이 필요했지만 은행에서는 창업 초기 빌린 돈 때문에 더 이상의 대출이 어렵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그는 개인신용대출보다 금리가 훨씬 저렴하다는 말에 자동차담보대출을 이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막상 갚으려니 대부업체와 별 차이가 없었다. 결국 이자를 몇 번 연체했고, 아끼던 자동차는 압류 당했다.

집도 모자라 자동차까지 담보로 잡히고 대출을 받는 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자동차담보대출은 본인이 소유한 차량을 담보로 제공하고 필요한 자금만 대출받는 상품이다. 차량이라는 확실한 담보가 있어 신용대출보다 금리가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상은 고금리인 곳도 많다. 때문에 이자를 제때 내지 못해 차량을 압류당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캐피탈·KB캐피탈·아주캐피탈·롯데캐피탈 등 자동차담보대출을 취급하는 주요 캐피털사의 지난 1분기 대출채권 총액은 18조6114억원으로 전년 동기(18조2604억원) 대비 3510억원(1.92%)증가했다. 지난해 말 대출잔액인 18조4576억원과 비교하면 1분기 만에 1538억원(0.83%) 커졌다.

최근 캐피털사들은 새로운 수익 창출을 위해 자동차담보대출 상품을 앞다퉈 쏟아내고 있다. 전화 한 통으로 상담과 심사, 대출이 즉시 이뤄지는 곳도 있다. 취급수수료와 중도상환 수수료를 없앤 곳도 있다. 직장인과 자영업자 대출은 물론이고 무소득자도 신용등급만 나쁘지 않다면 당일 대출이 가능하다고 홍보하는 곳도 많다.

문제는 자동차담보대출 금리가 신용대출보다 훨씬 유리한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선 자동차라는 동산을 담보로 대출하기 때문에 신용대출보다 금리가 낮고 한도가 높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실상은 카드론(5.9~23.9%) 금리와 비슷하다. 자동차담보대출 금리는 신용도에 따라 다르지만 4.9~22.9%, 대출한도는 200만원에서 최대 5000만원까지다. 오히려 대출한도가 카드론보다 높기 때문에 필요한 돈 이상을 빌리는 경우가 많다.

특히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가계대출 문제를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보다 앞서 금리인상을 단행한 미국도 자동차담보대출 연체액(90일 이상)이 주택담보대출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담보대출은 신용도가 낮은 비우량 고객 중심으로 급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최근 금융감독원도 캐피털사에 자동차담보대출 영업의 과당경쟁을 경고했다.

이와 관련, 한 캐피털업계 관계자는 "은행, 카드사 등의 진출로 자동차 할부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자동차담보대출은 뺏길 수 없는 신규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이 과열되면서 무소득자, 저신용자 등에 대한 대출 승인도 일부 이뤄지고 있어 차량을 뺏기는 고객들도 일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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