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주혜 기자 = 새 정부가 들어서고 부동산 시장과 주식 시장이 활황세를 나타내자 ‘빚내서 투자’할 기회를 잡기 위해서 은행 신용대출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5월말 은행권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기타대출액(신용대출 등)은 178조5000억원이다.
기타대출잔액은 5월 한달 간 2조5000억원이 증가했다. 올해 3월 4000억원, 4월 1조3000억원, 5월 2조5000억원이 각각 증가하면서 매월 증가폭이 커지고 있다. 특히 5월에는 전월 대비 1조2000억원이나 많이 늘었다.
이렇듯 기타대출액이 급증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부동산 시장을 비롯한 주식 시장이 활황세를 나타낸 영향이 크다. 이른바 ‘빚내서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
은행권 관계자는 “신용대출이 5월 들어서 전달 대비 1조2000억원가량이 늘었다”면서 “1조원이 웃도는 수준으로 신용대출이 급증하는 것은 생활자금에 대한 수요보다는 일회성 요인일 가능성이 높다. 단기 투자에 나선 것으로 풀이 된다”고 말했다.
18대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 달아오르기 시작한 부동산 시장은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에서 시작된 집값 급등세는 인근 신도시와 수도권 일부 지역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6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45% 상승해 2006년 11월 이후 주간 상승률로 10년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도권 신도시와 경기지역 일부 아파트도 전주보다 최고 0.24% 올랐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코스피지수는 2400선에 육박한다. 실제로 빚내서 주식에 투자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융자 잔고는 이달 9일 기준 8조561억원으로 지난 2015년 이후 처음으로 8조원을 넘어선 점은 이를 방증한다.
더군다나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타면서 매매 가격과 전세 가격의 차액만으로 아파트를 사는 ‘갭투자’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요즘 갭투자가 난리다”면서 “전세를 끼고 본인이 대출을 받아서 투자하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우려했다.
부동산 가격이 뛰자 개인사업자 대출 가운데 부동산 임대업에 대한 수요도 높다. 5월말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765조2000억원으로 한 달 새 2조원이 늘었다. 대기업 대출잔액은 155조7000억원으로 7000억원 줄었지만, 중소기업대출은 609조4000억원으로 2조8000억원 늘었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 가운데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잔액은 270조1000억원으로 한달 사이 2조원 증가했다.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올해 1∼5월 모두 9조1000억원 늘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개인사업자 대출 중 부동산 임대업 대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