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정부의 성평등장관 마를렌 시아파(Marlene Schiappa)가 신분을 감추고 여성 범죄로 악명 높은 프랑스 북부를 찾았다는 소식이 나왔을 때까지만 해도 여론은 시아파 장관의 편이었다. 여성 범죄가 빈번한 위험 구역을 직접 방문한 뒤 그에 맞는 적절한 정책을 세울 것으로 기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곧 여론은 싸늘하게 돌아섰다. 이유는 그녀가 트위터에 올린 사진 때문이었다.
영국 BBC가 14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시아파 장관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신분을 감춘 채 밤에 파리 북부 위험 구역에서 찍은 사진을 게재했다. 파리 북동부 라 샤펠-파조(La Chapelle-Pajol)의 한 거리에서 편한 복장으로 남성들 무리 앞에서 홀로 찍은 사진이었다. 사진 아래에는 프랑스어로 “프랑스 법은 여성을 지키고 어느 곳 어느 때에나 적용된다”고 적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프랑스어로 “그녀의 잘못은 공격받고 모욕받는 느낌을 받는 모든 사람들에게 망상 속에서 깨어나라고 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밤에 이곳에서 아무렇지 않은 사진을 찍어 올린 것은 이곳이 위험 지역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려는 것밖에 더 되냐는 비판이다. 중도우파의 피에르 리시아 의원도 현지 여성들을 경멸과 조롱으로 모욕한 “소름끼치는 태도”라고 비난에 가세했다.
시아나 장관이 사진을 찍은 라 샤펠-파조 지역은 지난달 현지에 거주하는 여성들이 범죄가 무서워서 못 살겠다는 시위를 벌이면서 현지 언론에 오르내렸다. 시위를 주도한 단체인 ‘SOS 라 샤펠‘은 “파리의 심장부에서 여성들이 멸종위기에 놓였다”며 상황을 해결하라고 호소했다.
라 샤펠-파조는 이민자 비중이 높은 곳이며 이곳에서 가까운 포르트 드 라 샤펠(Porte de la Chapelle)은 빈민 노숙자들의 본거지로 통한다고 BBC는 전했다. 파리 당국 역시 이 지역의 경우 마약 밀매, 소매치기, 위협, 폭행이 빈번한 곳이라며 치안의 불안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